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자라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생명이란 스스로 자라는 생성(生成) 그 자체이며, 자라는 과정에서 자기의 구조와 질서를 스스로 조직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 자라는 생성 내지는 스스로 조직하는 힘을 바로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은 유연하며 자율적이고 개방적입니다.
씨앗의 생명이 씨앗 속에 있는 것과 같이 사람 안에도 그 생명의 씨앗이 있습니다. 씨앗을 땅에 심어 그 생명을 기르는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자기 안에 있는 생명의 씨앗을 길러야 합니다. 생명의 씨앗을 기를 줄 알아야 생명을 바로 모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룸은 모심과 아울러 생명운동의 가장 기본적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자기 안의 생명을 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작물을 길러 그것을 먹습니다. 하지만 바꿔 본다며 사람이 작물을 먹고 산다는 것은 그 작물이 사람을 기른다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르고 기름을 받는 관계로 세상은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찮은 미물조차도 인간의 삶을 유지하고 지탱하며, 인간을 기르고 있는 것이지요. 서로 모시고 기르는 자세를 키우는 데서 생명운동은 출발합니다.
(조금 곁가지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동학에서 수운 최제우 선생은 侍天의 모심을, 해월 최시형 선생은 養天의 기룸을, 그리고 의암 손병희 선생은 體天의 사회적 실천, 바꿔 말하면 살림을 유독 강조합니다. 그런 연유인지 몰라도 해월 선생은 뒤에서 살펴볼 천지부모나 이천식천처럼 탁월한 생태적 사상들을 많이 이야기합니다. 기품이라는 생각 자체가 생태사상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