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 어떻게 기억하고 행동할 것인가 – 집담회 기록을 나눕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수), “세월호 참사, 어떻게 기억하고 행동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준비한 생명운동집담회가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열렸습니다. 한살림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25명이 함께 모여 경험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세월호 이후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전진택(생명평화결사) 님은 세월호 참사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기억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고민을 담아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준비된 세 분의 발제를 통해 문제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뒤이어 참석한 모든 분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집담회로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발제1. “세월호 참사가 생명운동에 던지는 질문”

 정규호 _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실장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과 이후의 수습, 처리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바뀔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 걱정이 된다.

 

“한국사회가 탈바꿈하려면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 한다” – 울리히 벡

 

정말 위험한 것은 위험에 너무 노출돼서 익숙해지고 그것이 위험한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엄청난 위험성을 가진 가까이 원전을 두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무엇이 바뀌었나를 돌아보게 된다. 바꾸자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함께 나눠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익숙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세월호 못지않게 위험천만한 원전, 밀양, 청도 지역주민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 농업을 포기한 쌀 시장 개방, 4대강 등이 세월호와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니다. 생명을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혜가 모아져야 하겠다.

선장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지만, 낡은 배에 선장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특정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사회, 생명이 꽃피우는 사회, 새로운 나라 만들기가 필요할 것 같다. 생명에 대한 감수성, 책임성을 가진 양식 있는 시민들이 나서서 분노와 망각을 넘어서 새롭게 희망을 만들어가고 조직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드는 일이지만 내년 4월 16일을 맞이했을 때 미안함과 부끄러움, 죄책감에서 벗어나서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발제2. “천만인 서명운동을 통해 본 우리의 현실과 변화의 조짐들”

 

유정길 _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 두 분이 중심이 되어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두 달에 걸쳐 거의 빠지지 않고 서명운동에 참여해서 하루에 평균 5~600명 정도, 많게는 3,000명까지 받았다. 진행한 사람들 명단을 보니 약 2백 명 정도다. 사회단체 활동 경험이 없는 분들도 다수였다. 정토회에서도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보름의 기한을 두고 100여 곳 정도에서 진행해서 141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통해 본인이 뭔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스스로를 각인하는 교육 효과가 굉장히 높았다. 문제를 깊이 면밀하게 살피게 되고, 항의하는 몇몇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그런 데 대한 논리를 스스로 갖게 되기도 한다. 진행하는 사람들끼리 끈끈한 동지의식 같은 것도 생겼다.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주는 지역 내에서의 공동의 연대의식이 생기기도 했다.

서명운동이 갖는 정당성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나아가 국민들이 계속적으로 외치고 있기 때문에 이 이슈를 사라지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된다. 단체들이 결합해 다양한 경험들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발제3. “세월호 참사 전후, 우리는 지금 어떤 변화 속에 있나”

 

류홍번 _ 안산YMCA 사무총장

 

지금 안산에는 세월호 문제 이외에 다른 이슈나 일이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에서 30개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전체 공무원 2000명 중 1/3이 투입되고 있다. 기존 업무가 마비되었다고 봐도 된다.

시민사회단체도 100일 동안 6월 20일까지 매일 집회를 했고, 진상조사와 서명운동으로, 특별법 제정으로 전환되면서 동네촛불로 바뀌었다.

국민의 힘이자 안산시민의 힘으로 엄청나게 많은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많은 일들을 묵묵히 잘 나누어서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단체들이 긴급히 조직되면서 지원사업들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어서 세월호가 또 다른 안산의 기회와 희망을 주는 면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두 가지 새로운 활동은 시민기록 활동과 트라우마센터다.

세월호가족대책위시민기록단이 만들어지고 각지에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과정을 기록하려는 활동이다. 트라우마센터도 우리나라 재난 사상 직후에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학생까지 1만 명 가까이 상담을 진행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변화를 해야 하는가를 논해야 할 것 같다. 긴급대응이 대부분이었다면 100일이 지나고 윤곽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당사자운동이 중요하단 생각도 든다. 가족대책위가 존경할 만큼 일을 잘하고 있다. 현재 가족대책위를 제외하고는 발언력이 없다. 당사자들이 어떤 목표와 지향과 방법을 갖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하고, 그것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 갈등 프레임, 진보/보수 정치구도에 또 다시 갇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청계광장 집회도 이전의 프로그램과 거의 동일하다. 국민과 시민과 함께하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호응하는 운동, 다른 운동적 방식과 내용이 나와야 한다. 공감할 수 있는 운동으로 가야 한다. 한편으로 지금은 토론을 많이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이를 통해 시민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문화와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위험사회에 관한 고민이 너무 없었던 것 같다. 위험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복지사회고 민주사회고 생명이 있는 사회라는 인식이 약했던 것 같다. 지역 아젠다를 생명안전과 연결된 것으로 새롭게 재설정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집담회 경험 나누기 / "무엇을 할 것인가"

 

전진택

광주시민상주모임을 비롯해 지역 단위에서 그런 활동들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다. 촛불이 자기가 살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로 번져서 집중하는 것으로 전환되는 흐름들이 생기는 것 같다. 광주 쪽도 시민상주모임이 만들어지는 것과 함께 마을촛불모임, 아파트 한 단지 정도를 대상으로 지역 주민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서 촛불을 같이 켜고, 여러 가지를 나누고 있다. 3년상 얘기도 한다. 이처럼 각 지역에서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를 중심에 두고 구체적으로 자기 삶의 현장에서 어떻게 좀 더 안전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실제로 만들어가는 운동이 된다면 진영논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를 중심 화두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생활과 생각을 나누면서 같이 갈 수 있는 촘촘한 단위들을 만들어간다면 어떨까 한다.

 

이안소영 _ 여성환경연대

세월호 참사 이후에 계속해서 돈보다 생명이라는 화두를 던져왔는데, 그 다섯 글자가 아니라 삶으로 구체화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정책이든 운동이든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안 된다. 돌봄과 살림,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생활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함께 만들어나갈 것인가. 세월호특별법을 만든다고 우리 사회가 전부 달라지진 않겠지만 구체적인 시작으로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그리고 광장으로 불러내는 것 외에 작은 단위로 끝까지 한번 해 보는 것, 잊어버리지 않고 작은 모임에서 이야기 나누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균열을 내는 일을 지역에서 붙잡고 해 나가는 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심미경 _ 한살림경기남부

칠보산마을 한살림모임에서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우리동네 초록장터’를 열어 왔는데, 세월호 때문에 4월 말에 취소를 하고 5월 말에는 고민 끝에 행사를 열었다. 청계광장에서 집회가 있는 날이었는데, 행사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우리가 꼭 멀리 가서 같이 구호를 외쳐야 되겠느냐, 우리끼리 모여보자고 해서 행사 정리 후에 촛불 모임을 처음 가졌다. 이후에도 마을에서 하는 게 의미 있겠다 싶어서 계속 이어왔다. 더불어서 서명운동과 베란다 현수막 달기도 진행하고 있다.

한살림 마을모임 하면서 마을 장터 정도 여는 조합원들이었는데, 촛불모임 준비와 진행을 스스로 하면서, 난생 처음 이런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자기 성장, 깨어나는 경험도 하게 된다. 굉장한 동지의식이 생겼고,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각이 생겼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안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전웅기 _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통상적 수준에서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제도 개선, 안전 인프라 구축 등 대책이 있다면, 오늘 집담회의 주제는 보다 근원적 물음에 가깝다. 내가 만일 탑승객이었다면, 선원이었다면, 해경이었다면, 통솔자의 역할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탑승객 가운데는 소수의 의인들이 있었고, 시키는 대로 남의 말을 믿고 가만히 있었던 대다수 희생자가 있었고, 스스로 살길을 찾았던 분들이 있었다. 이게 우리 사회 전체 모습이라고 할 때 나는 어떤 태도를 취했을 것인가. 우리 사회 여러 현장에서 똑같은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떤 가치를 갖고 행동할 것인가? 답은 생명을 우선해서 선택하자는 것인데, 이처럼 근본적으로 내 삶의 터전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생명을 항상 우선시 하는 움직임을 어떻게 조직화해 내는가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성찰과 물음들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던질 것인가. 나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겠다.

 

* 전체 내용 및 발제문은 첨부파일(pdf)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