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보육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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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보육을 이야기하자

 

이경란  |  (사)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기획위원

 

 

누리과정 지원금과 재정 떠넘기기, 어린이집 특별활동과 유아사교육 문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아동학대사건, 어린이집 CCTV의무화…. 2014년 말에 이어 2015년 초두부터 보육현장은 끊임없이 터지는 사건과 논쟁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이해관계만 충돌하는 듯이 보이는 상황을 자세하게 보면, 보육의 문제 또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갈등구조, 출구를 찾지 못하는 현실인식 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의 구조와 같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문제를 살펴보지요. CCTV에 찍힌 아동학대 장면이 방영되자 사람들은 경악했고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근본적인 대책으로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 그리고 교사 수의 증원, 교사교육 등 교사정책과 부모들의 어린이집 운영 참여라는 부모참여, 그리고 국가의 관리감독 강화를 대안으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대안 논의는 정부와 여당이 어린이집 CCTV설치 의무화를 핵심으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제안하면서 뒷전에 밀려버렸습니다. 쟁점은 CCTV로 전환되었습니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후 확인을 통해 학대방지효과를 낼 수 있으며, 부모들의 불안을 줄이고, 교사들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감시라도 해서 불안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 CCTV 설치에 동의했습니다. 한편, CCTV 설치를 막고자 하는 사람들은 감시체제로는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게다가 어린이집은 아이와 교사의 생활공간인데, 누군가가 그 일상을 감시하는 속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아이와 교사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육체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논의가 CCTV 논의에 빠진 순간, 우리는 보육을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부모는 스스로 어린이집 운영에 참여하여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일에 바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두려움에만 쌓여 아무도 믿지 않고 멈춰 있는 부모들은 실시간 감시라도 해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만 할 뿐입니다. 어린이집 운영자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어날 어린이집의 폐원을 막기 위해 영유아보육법상에 ‘원장이 교사를 신고하면 면책된다’는 문구를 넣는 데 집중합니다. 교사는 어린이집 속에서 약자로서 감시당하고 한없이 위축될 자신을 상상하고, 아무도 교사를 믿지 않는다는 현실에 절망하여 방어에 노력을 집중합니다. 정부는 관리감독을 하고 새로운 보육체계를 제도화하려는 노력보다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안 찾기’는 실종해버렸습니다.

 

얼마 전 ‘영유아의 교육과 보육을 위한 사회적 협약’에 관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접근입니다. 부모와 교사, 시설 설치자, 지역사회, 지자체와 정부, 국회 등 사회 모두가 아이를 기르는 주체임을 확인하고, 각 주체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할 일을 정하고 실천할 것을 사회적으로 약속하는 사회운동의 제안입니다.

 

만약 여러 사람들이 각지에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기르기 위해 자신의 할 일을 논의하기 시작한다면 흐름은 빠르게 달라지리라 예상합니다. 각자가 할 일을 자각하고 실천하며 책임지는 그 순간부터, 아이들과 아이를 기르는 어른들이 서로 믿으며 행복하게 살아갈 길이 구체화될 것입니다. 그 순간 이미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이 생겨나고, ‘보육체계’로 표현되는 한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출구가 현실화되리라 기대합니다. 바꿔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바꾸는 행동에서 길이 열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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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건강하고 안전한 영유아의 올바른 교육과 보육에 대한 사회적 협약을 위한 국회 토론회' 모습.

이날 토론회는 모심과살림연구소 박맹수 이사장님(원광대)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