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님’을 붙여 말합니다. 이 ‘님’의 옛말은 ‘니마’라고 하는데, 이것은 태양신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민족이 상대방을 부르는 끝말에 ‘님’을 붙였던 것은 태양신과 같이 상대방을 높이 우러르는 공경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만 아니라 해님, 달님, 별님, ‘빗님이 오시네’처럼 자연과 사물에도 님을 붙였다는 것입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을 우러르고 모시는 마음을 말에 담았던 것이지요. 이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생명운동의 실천인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몇몇 분들은 소중하게 여겨야 할 ‘생명’이라는 말이 너무 혼탁해져 버렸다고 ‘생명’을 ‘님’으로 대신 부르자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을 담고 있는 시 하나를 소개합니다.
가랑잎 한 잎
마루 끝에 굴러들어도
님 오신다 하소서
개미 한마리 마루 밑에 기어와도
님 오신다 하소서
넓은 세상 드넓은 우주
사람 짐승 풀 벌레
흙 물 공기 바람 태양과 달과 별이
다함께 지어놓은 밥
아침저녁 밥그릇 앞에
모든 님 내게 오신다 하소서
– 김지하 ‘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