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환운동]
의식주(衣食住) 중에서 자기 손으로 대안을 만들어내기 가장 어려운 분야가 ‘住’일 것이다. 먹거리나 옷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용이 많이들 뿐더러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건강한 자재로 만든 아름다운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비용과 기술에 덜컥 겁먹어서 시도하기조차 어려워하는 ‘집’에 대한 문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상력을 넓혀보자.
집의 초심을 말하는 일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中村好文)’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춰봤을 책 <집을, 순례하다>의 저자이자 건축가이다.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서점에 가서 책을 보게 되면 그가 쓴 여러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중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건축 관련 서적이 국내에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 (출처: natulogy.com)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가이면서 ‘집’이라는 건물을 대중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안도 다다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건축가가 직은 집을 직접 찾아가서 실제로 집으로 기능하고 있는 사례를 알려준다. 이와 함께 건축가가 어떤 의미와 생각을 갖고 설계를 했고, 외벽 재료를 선택했는지 등도 쉽게 설명해준다. 그의 이러한 시도가 특별한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재테크의 수단이 아닌 ‘짓는 이’와 ‘사는 이’를 연결하고 새로운 삶을 열어준다는 집의 기초를 다시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중 가장 재미난 시도는 자신의 ‘오두막’ 짓는 일을 공개한 것이다. 그는 건축가로 일하는 30여년동안 100채 이상의 집을 설계하고 지었다. 그런데 그가 지은 자신의 별장은 최첨단 건축기법을 모두 배제한 날 것 그대로의 집이었다.
(출처: www.japan-architect.co.jp)
그의 오두막이 있는 곳은 나가노현 미요타 나무숲이다. 이 곳 산기슭에 허름한 가옥을 개조해 문명과 단절한 공간을 마련했다. 문명과의 단절은 무엇을 의미할까.
"실은 저는 이 오두막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을 통해 이제까지 누구나 당연한 듯 향유해 온, 아니 낭비해 왔다고 해야 맞는,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문명과 문화의 수준은 전기선, 전화선, 수도관, 가스관과 같은 선(線) 혹은 관(管)의 개수로 측정되었습니다. .… 저는 오히려 문명과 문화의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그 생명줄을 하나씩 줄여가면서 자연친화적인 집을 짓는 일이 결국은 새로운 과제가 되리라 보고, 이 오두막에서 실제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실천하기로 결심하고 지금껏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 中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이러한 시도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쓰나미 이후에 진행된 작업이기에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는 삶을 지탱하는 문명의 생명줄을 하나씩 줄여가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을 실험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오두막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지어졌다.
물의 흐름을 그린 설계도. 오두막은 기존 7평 공간 중 창고, 화장실 등을 증축하여 총 바닥면적 14평이다.
(출처 www.arch.cit.nihon-u.ac.jp)
* 전력은 풍력 발전과 태양 발전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조달한다.
* 물은 지붕에서 모은 빗물을 정화하여 사용한다.
* 조리는 숯불을 연료로 삼는 풍로, 혹은 부엌 난로로 해결한다.
* 목욕은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철제 욕조를 설치해서 한다.
* 화장실은 간이 수세식을 설치한다.
그의 오두막은 전선, 전화선, 상하수도관, 가스관이 없다. ‘선’과 ‘관’을 정말로 하나씩 줄이는 시도를 한 것이다. 또한 빗물을 재사용하기 위해 한 쪽으로 기울여질 수 있도록 지붕을 만들었고 펌프를 설치했다.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해 주말에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저장했고 장작으로 요리를 한다. 물론 별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시도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 참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2013, 더숲), <집을 생각한다> (2008, 다빈치), <집을, 순례하다> (2011, 사이), <건축가가 사는 집> (2014, 디자인하우스) 외 다수.
* 정리: 김이경 (모심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