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생명농업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단작(單作) 농업의 문제점을 많이 지적합니다. 넓은 땅에 하나의 작물만을 심게 되면, 땅의 지력(地力)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병해충에 대해서도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단작이 계속되면 그 땅은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됩니다. 

생명세계는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기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물들은 증식과 복제를 통해 자기 종을 보존하고 돌연변이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암세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종만의 무한 증식은 생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다양한 생명들의 공존이 아니라 생명세계에 대한 독점이 가져오는 비극인 셈입니다. 다양한 생물종들의 공생, 이것이 아름다운 생명세계를 보다 확장할 수 있는 기초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구 위에서 끝없이 확대되고 있는 인간 문명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장회익 교수는 ‘온생명론’을 통해 현재 인간은 지구에서 암세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인간 문명의 확장이 초래하고 있는 환경생태 문제로 인해 하루에도 몇 백 종씩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는 현실은 이 경고가 우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단작이 초래하는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삶을 위해서도 생물종의 다양성은 보존되어야 합니다. 순환성과 아울러 다양성도 중요한 생명세계의 원리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물의 순환 과정에서 생명계에 중요한 영양물인 무기염류가 바다로 운반되어 중력 때문에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생물의 이동이 이런 경향에 제동을 걸고 순환이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연어는 강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나갈 때의 체중이 200그램 정도인데, 산란하기 위해 다시 고향인 강으로 돌아올 때는 4킬로그램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연어와 같은 생명체가 중력을 거슬러 인산염이나 초산염 같은 ‘바다의 보물’을 육지로 운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죽은 연어나 그 밖의 죽은 동식물을 먹고사는 새들이 강에서 산과 들로, 한대에서 열대로 영양물질을 운반합니다. 생물의 다양성은 이런 형태로 물질의 순환성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동물원, 식물원, 유전자원 보존시설, 인공적인 유전자 연구소를 만든다고 해서 생명계를 살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 이본 배스킨,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돌베개,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