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일, 원주 가톨릭센터에서 무위당 20주기 기념 생명운동 대화마당이 열렸습니다.
원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전체 진행을 맡은 유정길(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님은 "20년 전까지만 해도 생명운동 자체가 낯선 말이었지만 2014년 현재 한국 사회운동 모든 영역에서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다"고 평가하고, 그럼에도 앞으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하며 더불어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대화마당을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마당 I] "지금 여기, 무위당이라면 무슨 말을 건넬까?"
김용휘 (한울연대)
“모든 사회문제의 근본 원인은 돈, 화폐시스템, 금융시스템 자체에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돈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정신적 차원에서 우리 자신의 참된 변화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가 필요합니다. 시스템의 전환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주체의 형성이 함께 가야 합니다. 인간 속에 숨겨져 있는 본래의 마음, 하늘마음, 그 깊은 차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인간과 모든 생명 안에 있는 신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존중할 수 있는 문명의 회복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동아시아 문명이 현대문명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 우리에겐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통찰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통합적 지혜가 요구됩니다. 서양의 정치철학이 동아시아의 수양론과 만나서 인간의 깊은 마음에 바탕한 신성한 경제,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유두희 (한살림전북)
“노동이 어디에 복무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죽임을 위한 노동이냐, 생명을 살리는 노동이냐, 재벌이냐 소수 자본을 위한 노동이냐, 공동체와 함께하는 노동이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위당 선생님도 생명을 살리는 노동을 이야기하셨던 것 같습니다. 한살림도 생명을 살리는 노동, 밥상/농업/생명살림을 기초로 하는 신성한 노동의 결집체입니다. 사람도 서른 살이 되면 사회에 대한 책임도 고민합니다. 한살림도 30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땀의 결실이지 혼자 성장한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 함께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모여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나눌 게 있으면 나누고, 함께할 게 있으면 함께해야 합니다.”
윤박경 (대화문화아카데미)
“요즘 우리 사회 너무나 많은 비극들이 있어서, 많이 아파하고 서로 힘을 북돋워주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참 귀하구나 느낍니다. 장일순 선생님께서 “눈물겨운 아픔을 선생이 되게 하라.”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아픔, 슬픔이라는 지금의 상황,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회에 있지만, 서로 힘을 북돋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제가 많이 만나는, 비교적 부모세대가 주류에서 조금 빗겨난 속에 자라난 청년들은 돈이나 경쟁에서 조금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요. 부모나 선배 세대들이 모범이 되고 지금의 주류적 가치를 벗어난 사람들의 삶이 참 중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 내 삶에서 어떤 분을 모실까, 어떤 분을 살릴까 물음을 가져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진택 (생명평화결사)
“비난하는 만큼 자책하게 되는 이 현실의 지점이 어쩌면 새로운 문명을 향한 전환의 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02년 이 땅을 휩쓸고 지나갔던 붉은 물결이 스스로도 낯설었던 우리 안의 신명이 바깥으로 드러난 밝은 기운의 표출이었다면, 2014년 아직도 번져가고 있는 노란 물결은 근본적으로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깊은 자기 성찰의 기운으로 이어지기를 비는 마음입니다.무위당 선생님의 말씀처럼 주장하기보다 고백하는 말과 글이 서로의 가슴에 공명을 일으키며 번져가서 마침내 새 시대로 넘어가는 의식의 임계질량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살리는 기운과 정보와 기도를 연결시키는 일을 위해 헌신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마당 II] "지금 여기 생명운동,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맹주형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작년에 즉위식 때, 우리 인간은 모든 피조물들을 돌봐야 하는 보호자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교황님께서 하신 이야기는 장일순 선생님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소비주의에 의한 것, 사회적 약자를 빈곤화시키는 것으로 바라보고 계시죠. 지금 문명의 핵심을 산업주의로 보고, 생태주의로 가자는 것입니다. 산업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생태적 문화, 정치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자는 것입니다. 나부터 우쭐대지 말고 기는 겸손함을 생각하고 운동의 부드러움을 생각하고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성찰하는 데서 생명운동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지금까지 생명운동이, 우리 사회가 어떤 패러다임으로 갈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많은 답을 내려주셨다고 생각해요. 지금에 와서 그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말과 가치관들이 지금 현실, 2014년 한국 사회에 적용될 때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누구와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꾸만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난 사람들이 말하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교육, 정치, 경제에 대해서 자꾸 말하는 게 늘어갈 때 굉장히 아름다운 생명의 말이 구체적인 현실이 되지 않을까요? 모든 지역, 마을 모임에서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와 현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는 생명운동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양재성 (예수살기)
“돈으로 줄 세우고, 돈을 소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 시대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한 시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이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품위 있게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들을 부끄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생명이 사느냐 죽느냐가 우리 행동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지역순환 사회를 어떻게 구성할까. 진짜 주민이 주인인 마을이 만들어지고 힘을 갖기 시작하면, 군과 시를 바꿀 수 있겠죠. 구와 군과 시들이 지역순환사회, 에너지와 먹을거리를 자급하는 지역순환사회를 만들어간다면 국가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요구할 것은 정확하게 요구하되,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나가면 어떨까 합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품위 있게 사는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향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생명평화를 얘기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이 다 똑같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생명평화를 이야기한다는 사람들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 토대 위에 다양한 모습들을 쌓아 가면 된다, 그렇게 실현해가면 된다, 다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을 찾아내기보다는 이제는 같음을 찾아내면 좋겠고, 더하기로 가는 운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황선진 (밝은마을)
“무위당 선생의 길은 <근본적이면서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그대가 바로 나>를 구현하는 일이라고 판단됩니다. 무릇 좋은 일도 그 실마리를 어디에서부터, 무엇으로부터 시작할 것인가는 일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운동을 하는 분들이 폭넓게 지지할 수 있는 호혜시장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한 집과 마을을 세우는 일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람과 물자를 나누는 일종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가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김기섭
무위당 선생님은 항상 구체적인 사람을 통해서 얘기를 하셨습니다. 추상적이고 보편된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얘기하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추상적이고 보통명사화된 생명이 아니다. 한 사람을 향해서 나가는 말씀이었고,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생명운동이었습니다. 생명운동은 굉장히 중요한 운동입니다. 앞으로 생명이라는 담론이 세상을 지배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보통명사화된 생명에는 아무런 생명력이 없습니다. 60년대말, 70년대에 힘없는 백성이 자기 삶의 문제를 자기가 풀어갈 수 있게 하는 데 있어 협동운동이 나왔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사람이 먹고살 수 있게 활력을 갖고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생명운동이 나온 것입니다. 생명운동은 보편담론이 아닙니다. 한 사람을 살리는 운동, 생명운동의 방향이 거기로 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국 (한살림연합)
“무위당 선생님이 떠난 20년 된 지금 이 시점에서, 무위당 선생님으로부터 삶의 길을, 지혜를, 힌트를 받은 사람으로서 20년 뒤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각자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