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②] ‘능동적 소비’와 ‘생성의 경제’를 만들다 – 공동체 이익회사 ‘굿바이’ 정경섭 대표

<살림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②>

 

‘능동적 소비’와 ‘생성의 경제’를 만들다 

– 공동체 이익회사 굿바이(Good-Buy) 정경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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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 빽도 자본도 없는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만나는 거예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동물병원 협동조합 <우리동생 ·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에서 만난 정경섭 님은 ‘만남의 공간’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거대 자본, 질 낮은 일자리, 건강하지 않은 먹거리가 일상을 장악한 지금, 저항할 수 있는 건 힘없는 사람들끼리 뭉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단다. 그래서 그는 누구든 올 수 있고, 서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인 <민중의 집>을 만들고, 마포 의료생협을 거쳐 현재 <굿바이>라는 회사를 이웃들과 만들었다.

 

한국 최초 ‘공동체 이익회사’

 

그는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 많다. 2015년 5월에 설립된 주식회사 <굿바이 Good-Buy>는 한국 최초 공동체 이익회사(CIC · Community Interest Company)이다. 사업 분야는 반려견을 위한 수제간식, 반려동물용품 온라인쇼핑몰 ‘펫미(PetME)’, 휴대폰 대리점 사업 ‘피플 모바일’이다. 이 회사는 독특하게 이윤을 사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지역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 그래서 스스로 공동체 이익회사라 칭하고, 회사 가치관을 ‘능동적 소비’를 통해 ‘생성의 경제’를 만드는 것으로 규정한다.

<굿바이>는 설립 첫 해부터 강아지 간식 3종 세트 판매로 1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무항생제 원료육을 쓰기 때문에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에도 판매한다. 피플 모바일의 이윤 중 일부는 시민단체, 노동조합, 지역 주민 등에게 환원했다. 2천 만 원의 자본금, 대표 포함 상근 직원 3명으로 이뤄낸 기적이다. 그는 이러한 기적이 가능한 건 <민중의 집>에서 만난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 만들기

 

그는 사회적경제에서 더 나아가 ‘지역 경제연대’를 튼튼하게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뿐 아니라 망원시장 상인회, 홍익대 상점 상인들, 동네 자영업자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경제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그는 이를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기 위한” 시도라고 한다. 서로 돌봄을 통해 “비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동물병원 협동조합 <우리동생>에는 스스로 정화할 수 없는 시대에 약한 생명체를 돌봄으로 인간과 관계가 성숙되길 바라는 희망도 담겨 있다. 그는 동물뿐 아니라 동물을 돌보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살림에서도 반려동물 간식에 관심을 가질 것을 부탁했다. 더불어 한국 최대 협동조합으로써 한살림이 보다 선명한 비전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건넸다.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경영’의 주체가 되는 사회가 되어야만 현재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정경섭 님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자.

 

만남의 공간, 만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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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 이익회사 굿바이 Good-Buy 정경섭 대표

 

모심: 서울 마포구에 <민중의 집>을 만들고, 2015년에 동물병원 협동조합 <우리동생>도 만들었어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공간’에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경섭: 제가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했어요. 당이 나눠지는 걸 경험하기도 했죠. 그때 <민중의 집>을 만들었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공간을 매개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어떻게 만남의 장소가 되는지 경험을 한 거예요. 우리를 만나게 해주는 전략 중에서 공간이 차지하는 게 굉장히 크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만나지 않고 개별로 떨어져 있으면 힘이 없는 거니까요. 세상에 기댈 곳도, 빽도, 자본도 없는 사람들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만나는 거예요. 새로운 관계를 형성시키는 만남의 방식 중에 굉장히 유력한 것이 공간이에요.

저한테 중요한 문제는 동네에서 ‘만남의 공간’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들을 서로 나눌 것인가예요. 철학자 김상봉 선생님께서는 ‘만남’을, 『래디컬 스페이스』를 쓴 마거릿 콘은 ‘공간’을 이야기 했어요. 공간이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시키고 변화시킨다는 게 마거릿 콘의 주장이에요. 공간이 갖고 있는 힘에 ‘만남’이라는 게 들어가야 돼요.

 

모심: <민중의 집>과 <우리동생>, 그리고 준비하고 계신 공간은 어떤 힘과 만남이 있는 곳인가요?

 

정경섭: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공간이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한다는 것은 비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병원, 요양센터, 운동센터와 같이 무엇인가를 계속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나이들면 병에 질텐데, 그때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요양센터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비참할 것 같아요. 제가 존엄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저를 돈으로 보지 않는 요양센터 같은 공간이 필요한데, 이건 제 힘으로는 불가능해요. 자본이 없으니까요. 자본이 없는 사람들끼리 협동조합 방식으로 뭔가를 창출하려면 일단 만나야 해요.

그리고 직장이나 밖에서 이야기하면 공상적이라는 소리를 듣거나, 아니면 아직 철이 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가슴 속에 숨겨온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민중의 집>이에요.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민중의 집>, 그리고 이와 유사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길 바래요.

 

모심: 위치 상으로 <민중의 집>과 <우리동생> 근처에는 ‘성미산 마을’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있잖아요. 성미산 마을과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나요?

 

정경섭: 성미산 공동체는 크고 유명한 곳이죠. 그래서 <민중의 집> 시작할 때 일부러 회원단체 요청을 하지 않았어요. 지역 노동조합, 시민단체에는 한 달에 5만원, 3만 원 내는 회원이 되어 달라고 요청을 드렸거든요. 다른 분들이 보실 때 성미산 공동체가 있으니 <민중의 집>이 가능하다고 생각할까봐 한 발 떨어져 있었어요. 이후에는 서로의 보완 관계가 절묘하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성미산 공동체는 아이를 같이 키우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공동육아, 생협, 학교가 생기면서 확장되고 있어요. 그런데 공통의 화제를 갖지 못한 비혼, 육아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접근하기 조금 어렵죠. <우리동생>과 <민중의 집>은 이를 보완할 수 있어요. <우리동생>은 성미산 공동체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가입했지만 비혼인 분들이 압도적이에요. 마을공동체에 나오지 않은 분들이 가입하시고 실제로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다른 종과의 공존, 돌봄으로 성숙할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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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우리동물병원 생명사회적협동조합>으로1층은 동물병원, 2층은 동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까페로 이뤄져있다

 

모심: 가족 단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혼, 성소수자와 같이 다양한 그룹들이 만나는 공간 만들기를 하다가 동물병원 협동조합인 <우리동생>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 인가요, 아니면 목적의식을 갖고 만드신 건가요? 

 

정경섭: 마포의료생협을 <민중의 집>에서 준비하면서 “사람 병원만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물병원도 같이 만들자”는 제안을 여러 번 들었어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는데 아무리 조사해봐도 동물병원을 협동조합으로 만든 예가 없는 거예요.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토론을 깊숙이 했죠. “하겠다”라고 하면 약속을 지켜야 되니까요. 한다고 해 놓고 못 하면 아무도 안 믿어 주잖아요.

<우리동생>은 협업(collaboration)의 대표적인 사례에요. 마포에 있는 성소수자 그룹, 비혼, 독립생활인 모임, 동물보호운동 하는 분들께서 <우리동생> 설립 과정을 탄탄하게 받쳐줬어요.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 때 자신감을 주는 성미산 공동체도 도움이 되었구요. 진보정당, 시장 상인, 노동조합 등 다양한 분야와 협동조합 결성의 흐름을 엮는다는 목적의식도 있어요.

 

모심: 이러한 활동이 <민중의 집>과 같은 모델의 확산인가요? 아니면 다른 가치를 가진 새로운 공간이 늘어나는 건가요?

 

정경섭: 또 다른 <민중의 집>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건 <동물의 집>인 거죠. 영국에 메이휴(The Mayhew Animal Home(themayhew.org)라는 실제 동물의 집이 있어요. 동물병원뿐 아니라 교육센터, 입양센터가 모두 같이 있는 곳인데, 이곳을 참고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동생>에는 동물병원과 까페가 있는데 교육장도 만들 비전을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다른 종과 공존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아야 하거든요. <우리동생>에서는 반려동물을 ‘우리 안의 자연’이라고 해요. 살아있는 생명체와 서로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교감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더 확산되어야 한다고 봐요.

또 유기동물을 보호하며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입양센터까지 겸한 <동물의 집>이 탄생된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만나겠죠. 그러면 ‘우리 뭔가 해보자’라는 이야기들이 오고 갈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모심: 다른 종과 더불어 사는 것의 의미를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세요.

 

정경섭: 지금은 스스로 자정할 수 없는 사회인 것 같아요. 대신 우리는 약한 생명체를 통해 성숙할 수 있어요. 돌봄의 대상보다는 돌봄의 주체가 조금 더 성숙할 가능성이 있잖아요. 왜냐하면 내 것을 아낌없이 줘야 되는 거니까요. 그 과정에서 느끼는 바가 많잖아요. 이 방식으로 우리가,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회복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려면 인간보다 훨씬 약한 생명체를 돌보는 것이 필요해요.

그리고 반려동물의 문제는 동물만의 문제가 아닌, 동물과 함께 사는 인간의 문제예요. 그런데 동물보호 관련 정책은 오직 동물만 있어요.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정책이 있어야 돼요. 가족에 대한 개념도 확장되고 있거든요. 청소년 정책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해보니 청소년 중 54%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있었어요. 가족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거죠.

 

모심: 이 문제는 가족과 사회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봐야겠네요.

 

정경섭: 네,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사이클이 짧잖아요. 이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아, 나이들수록 아플수록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구나, 우리도 그러겠구나’라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예전에는 내가 늙으면 가족들이 돌봐줬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사회예요. 이제는 다른 가족형태가 우리에게 있어야 돼요. 가족의 개념을 재탄생 시키는 작업이 이념적으로, 실천적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 같아요.

 

다른 경영, 다른 경제를 만들자

 

모심: 네,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의 증가, 가족 구성의 패러다임 변화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요. 그 영향으로 <우리동생>을 만드는 과정에서 20~30대 비혼 여성의 참여가 높다고 들었어요.

 

정경섭: 지금도 이사회에서 17명 중에 한 분만 결혼했어요. 처음에는 20~30대 비혼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죠. 그 배경에는 <민중의 집> 영향이 커요. <민중의 집>에서 독립생활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룹들이 같이 밥 먹는 모임을 여러 개 만들어서 계속 모였거든요. 이 분들이 동물병원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죠. 지금은 조합원이 1500명 이상인데 아이가 있는 동네 분들도 가입하고 있어요.

 

모심: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는 조합이라 협업이 중요하겠지만 때로 갈등도 있을 것 같고 운영하는 것도 다른 조직과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정경섭: 동물병원 만들 때 갈등은 없었어요. 갈등보다는 운영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요. 동물병원도 사업이기 때문에 경영에 많은 돈이 들어가잖아요. 이곳에 참여하는 분들뿐 아니라 대부분 20~30대는 사업체를 경영해본 경험이 없어요. 사회 구조 속에서 노동자로 살아야 하고,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경영이 익숙한 개념도 아니고, 두렵죠. 돈이 몇 억 들어가고, 대출도 많아요. 저도 개인 대출을 했어요.

사실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거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의미의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경영’이라는 단어가 자본가의 단어가 아닌 우리의 단어가 돼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도전을 못 해요.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운영하고, 그러한 노동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삶으로 사회가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안 좋은 일자리에서 억압 받을 수밖에 없어요. 이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단어인 ‘경영’을 우리 것으로 익숙하게 만들어야 해요.

 

모심: 협동조합에서 ‘경영’은 중요한 단어에요. 하지만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어도 운영에 참여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경섭: 저는 노동자, 전업주부로 계신 분들이 한 가지 이상의 경영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협동조합이죠. 협동조합에 참여해서 어떤 스킬을 익히고 배우면서 자신의 지혜를 보태고 준비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스스로 창조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드는 세상과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연결시켜서 먹고 사는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 이것에 저는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모심: 최근에 만든 주식회사 <굿바이>는 ‘공동체 이익회사(CIC·Community Interest Company)’라고 들었어요.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경영 방식인데요, 이익을 사적으로 배분하지 않는 운영 방식인 거죠? 배당을 하지 않고 모두 지역기금으로 환원되는 구조인가요?

 

정경섭: 네, 저희는 ‘능동적 소비’, ‘생성의 경제’라는 철학을 갖고 사업하고 있어요. 능동적 소비는 소비자가 물건에 대한 이윤을 인지하고, 그 이윤의 배분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기존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그 물건에 대한 이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관심도 없고 통제를 하지도 못하죠. 그런데 이것은 소비자가 직접 알게 하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면 저희 피플모바일에서 휴대폰을 바꿀 때라던가 반려동물 쇼핑몰 펫미에서 물건을 살 때 정확히 얼마의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지 나와요.* 어느 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지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3천만 원 정도를 환원했어요. (* <굿바이>의 ‘피플모바일’에서 휴대폰을 구입하면 개통 수수료 중 70%를 사회운동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나머지 30%는 지역기금, 공공운수노조복지협동사업단 투쟁기금, 사업비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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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는 소비자가 수익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그리고 보다 나은 곳에 쓰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미지 출처: igoodbuy.co.kr)

 

모심: 기부할 수 있는 단체 선정 기준이 있나요? 홈페이지에서 선택할 수 없는 곳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경섭: 기준은 따로 없어요. 현재는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노동조합이 있구요. 협동조합은 영리기업이기는 하지만 열어 놓고 있어요. 지역도 관계없어요. 홈페이지에서 선택할 수 없으면 소비자가 직접 전화를 해요. 그래서 저희가 단체 협약을 맺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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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의 ‘피플모바일’로 휴대폰을 교체하면 개통 수수료를 원하는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igoodbuy.co.kr)

 

모심: ‘능동적 소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건가요?

 

정경섭: 다른 의미로 이야기하면 시민사회단체의 재정자립을 추구하고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시민단체는 회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로 운영이 되는데, 여기에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면 다른 사업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상근활동가들이 더 나은 급여를 받게 되면 한국 사회 풀뿌리 운동이 강화될 수 있고, 이것이 곧 우리를 조금 더 진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이윤의 배분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능동적 소비를 통해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거죠.

 

모심: 두 번째로 말씀하신 ‘생성의 경제’는 어떤 개념인가요?

 

정경섭: ‘생성의 경제’는 돈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망을 두텁게 만드는 작업이에요. 예를 들어 철수 어머니 떡볶이 집에 가서 떡볶이를 먹으면 저와 철수 어머니의 관계는 나쁠 이유가 없어요. 돈독해지죠. 돈을 주고받는 것에서 생기는 연결의 의미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대량생산에 따른 소비를 하면서 돈을 주고받으면서 관계가 형성된다는 생각을 아예 안 하게 돼요. 그냥 소비죠. 하지만 소비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돈을 지불해서 그 사람을 먹여 살리고, 나한테도 필요한 것을 갖게 하는 거잖아요. 이건 엄청난 작업이에요. 생성의 경제는 이러한 과정을 동네에서 이끌어 나가겠다는 것이죠.

 

모심: 공동체이익회사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굉장히 낯설다고 느껴지는데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문이나 컨설팅을 받으시나요?

 

정경섭: 네, 자문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의료생협 상임이사를 할 때 재무 부분에서 압박을 많이 받았어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마이너스 부분에 굉장히 압박을 받더라구요. 제가 아직 미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데 또 <굿바이>를 창업한 거예요. 제가 모자란 부분은 어쨌든 제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채워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세 번 홍기빈(경제학자), 이광호(레디앙 출판사 대표)님께 ‘경영일기’라는 메일을 보내고 피드백을 받아요. 송경용 신부님도 빼놓을 수 없는 멘토죠.

 

모심: 사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잉여의 일부를 적립하여 미래에 대비하거나 당장 필요한 부분의 추가적인 지출에 사용하거나 해야 할 텐데, 이윤을 전액 환원하면 그런 준비나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고 지속가능성도 낮아질 것 같아요.

 

정경섭: 네, 맞아요. 당연히 이 모델은 일반화될 수 없어요. 저희니까 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저희는 자본금 2천만 원으로 회사를 만들어서 간식 1억 원 팔고 휴대폰 팔아서 기부하는 거예요. 기적에 가까운 거죠. 투자와 배당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적경제보다는 지역과 주민을 중심에 둔 경제연대

 

모심: 새로운 경영 철학이 확산되려면 조합원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조합원의 참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정경섭: 그 부분이 숙제죠. 6월 4일이 <우리동생> 1주년이에요. 병원 개원하고 인력 안정화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할 여력이 없었어요. 올해 ‘병원 안정화’와 함께 ‘사회적 진료’를 강화하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어요. 특히 ‘사회적 진료 위원회’를 꾸려서 저소득층, 시민단체 상근자들에게 반값 진료를 추진하고 있어요. <우리동생>의 사회적 의무, 책임과 역할이 조합원들의 자부심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것을 통해서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하구요.

조합원의 요구는 ‘돌봄 네트워크’를 만드는 거예요. 1인 가구가 많으니 출장이나 휴가 갈 때 애견호텔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우리동생>이 생기면서 네트워크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조합원들끼리 반려동물을 돌봐주고 있어요. 지금까지 ‘돌봄’이 돈이 오고가는 영역이었다면 이것을 서로의 노동과 노동으로 교환될 수 있게 돌봄공동체를 만드는 거예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시작이죠. 이후에 장기적으로 머무는 공간을 필요로 하면 돌봄센터 같은 곳을 또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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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를 넘어 마을과 지역 주체들이 함께 모여 일상생활에서 돈이 아닌 관계의 자본을 만들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mapo.network)

 

모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사회적경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사회적경제에서 더 확장되어 소상공인 중심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동네에 있는 세탁소, 슈퍼에 계신 분들과 접촉이 용이하신가요? <민중의 집>을 통해 관계를 맺은 분이 많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실험할 수 있는 건가요?

 

정경섭: 그렇죠. <민중의 집>을 하면서 지역의 경제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는 지역 상인들과 경제연대를 했어요. 망원동 홈플러스 입점 문제뿐 아니라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850억 원짜리 주차장 만드는 문제를 백지화 했어요. 굉장한 성과죠. 이 과정에서 홍대에 계신 상인분들이 저희를 좋아하게 됐어요. 공사를 하면 3년간 하는데, 그러면 가게가 다 망가지잖아요. 이 과정을 통해서 신뢰가 많이 생겼어요.

<마포 공동체 경제네트워크 모아>에서 지역화폐를 만들었는데 망원시장 회장님이 단체 운영위원이에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아니라 ‘마포 공동체 경제’라고 한 건 다른 의미죠.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라고 이야기했으면 시장 상인,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들어오기 어렵잖아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에 기타단체라는 것을 두기는 해도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아니면 주인공 같지 않거든요. 그래서 사회적경제보다는 좀 더 확장된 개념인 ‘공동체 경제’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이 공동체 경제로 할 것이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지역에서는 좀 더 직접적인 언어를 써도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는 지역에서 정말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요. 시장 상인 분들이 다 이렇게 말해요. “저 놈의 자본이 문제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를 다른 세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지역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모심: 저서 『민중의 집』에서 “이념 있는 마을을 만들어야 된다”라고 썼는데, 어떤 이념이 있는 마을을 구상하시나요? 그리고 공동체 경제라는 개념도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주세요.

 

정경섭: 이념이라고 하기는 그렇구요, ‘비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라는 용어를 이야기해요. 반자본주의하면 너무 세요. 그리고 할 게 별로 없어요. 비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을 서로 주고받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 이념이 있는 지역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자본주의 방식이 아닌 협동조합 방식으로 하는 거예요. 이것이 가능하려면 협동조합, 노동조합, 시민단체가 개별 단체의 숙제가 아닌 네트워킹 되는 질서를 만들어야 돼요. 자신의 일상을 둘러싼 문제와 욕구가 여러 단체의 협업으로 해결되는 거죠. 동물병원 협동조합에서 노동조합, 시민단체에 속한 사람도 만나고, 상인회 분들도 만나면서 서로 섞이고 단체 가입을 중복되게 만드는 거죠.

3중, 4중 멤버십을 갖게 만드는 거예요. 스웨덴 <민중의 집>이 그랬데요. 초창기 100년 전에 <민중의 집>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 “아직 협동조합 조합원 아냐?”, “노동조합에 가입 안 했어?” 이러면서 협동조합, 노동조합, 진보정당이 발전했다고 해요. 동네에서 아주 치열하게 서로를 자극했기 때문에 스웨덴 모델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멤버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지역운동의 전략인거죠.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요.

 

모심: 새로운 실험을 하고 계신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정경섭: 협동조합에서 자금 마련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아이쿱에서 사회투자기금 1억 원, 동작신협 대출 5천만 원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데, 힘들어요. 창업 지원금 같은 것도 녹록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많은 이자를 내면서 대출을 받았어요. 제가 이사장이니까 기여해야 하고, 숙명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걸 받아들이고, 기록을 잘 해서 새로운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요. 이러한 경험을 쌓아서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모심: 결합하는 단위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자금 마련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은행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없나요?

 

정경섭: 퀘벡, 몬드라곤 같은 곳도 노동자 은행이 있어요. 이 은행을 통해 창업이나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죠. 그러면 안정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어요. 이 전략을 갖고 가야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더 만들어야 돼요. 은행은 더 많은 사람과 네트워크 되고, 더 많은 신뢰가 쌓일 때 만들 수 있어요. 결국 ‘때’가 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친밀도가 있는 100개의 단체 정도가 갖춰지면 각자 출자하고 은행도 만들 수 있는데, 지금은 더 신뢰와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돼요.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버텨야 될 단계들이 있어요.

 

적극적인 정치행위, 생협 운동

 

모심: 노동조합과 생협, 정당과 생협의 거리가 너무 멀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정경섭: 저는 ‘적극적인 의미의 정치’와 ‘소극적인 의미의 정치’라고 나눠요. 소극적인 의미의 정치는 정당의 당원이 되고 투표하고, 법 제도를 바꾸는 거예요. 적극적인 의미의 정치는 주민들이 스스로 필요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모임을 결성하고, 그 모임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필요를 해소하는 거예요.

이런 측면에서 생협과 협동조합은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정치에요. 또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협을 만들기도 하지만 먹거리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사회로 발언을 해야 돼요.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게 그게 적극적 의미의 정치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정치 행위들이 소극적 의미의 정치와 연결되어 보완 관계로 자리 매김을 해야만 생협, 진보정당, 노동조합이 다 얽혀서 이해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독재타도나 민주화와 같은 공통의 끈이 있었어요. 서로 이야기가 통하는 끈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떨어져 있어요. 이것을 엮어주는 이념, 철학, 지향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이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각자 운동하는 거죠.

 

모심: 한살림에 대한 조언이나 의견도 자유롭게 해주세요.

 

정경섭: 한살림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조합원 수가 많잖아요. 조합원 수가 많으면 가장 큰 조직이고, 그만큼 책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살림의 전략이 사회적으로 유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전략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한살림이 사회적 역할과 책무에 대해 규모에 맞게 전략을 만들고 집행도 하셨으면 해요.

 

모심: 마지막 질문입니다. 정당 활동할 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지역 활동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좀 없어지셨나요? 그리고 <민중의 집>, <우리동생>, <굿바이> 같은 활동을 꿈꾸는 분들이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정경섭: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은 없어졌습니다. 저는 확신이 생겼어요. 지역 활동을 10년, 20년 하게 되면 분명히 어떤 것들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집값 상승이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대책으로 피플하우스(people house)라는 주택, 부동산 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에요. 동지들을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 노력해야 됩니다. 또 주저하지 않았으면 해요. 삼국지를 보면 유비가 사람을 얻을 때 길거리에 돗자리 깔아 놓고 이야기해보자고 하고, 가르침 받으려고 하잖아요. 저는 지금도 이러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의기투합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게 필요합니다.

 

모심: 바쁜 중에도 시간 내어 귀한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동체 이익회사는? 

2004년 영국에서 시작한 공동체 이익회사는 이윤과 자산을 회사 소유자, 지배자가 아닌 공공선(public good)을 위해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다.

 

* 인터뷰 일자: 2016년 6월 2일 (서울 마포구 <우리동생> 까페)

* 면담자: 김이경(모심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 하만조(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 구술자: 정경섭((주)굿바이 대표)

* 정리: 김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