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협동조합으로
삶의 토대가 되는 기업을 만들다
– 해피브릿지 협동조합경영연구소장 송인창
“기업 자체가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삶의 토대가 될 수는 없을까요?” 해피브릿지 협동조합경영연구소장 송인창 님이 던진 질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 질문은 그의 꿈이다. 회사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회사를 온전한 자신의 삶 혹은 삶의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드물다. 직장 생활의 회한을 다룬 글이나 만화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현재, 사람들에게 삶과 일은 분리되어 있다. 송인창 님은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을 제안한다.
그는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뜻을 모아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외식업에 주력한 결과 400여개 가맹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국수나무>와 <화평동 왕냉면>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2012년 매출은 312억에 달했다. 그런데 창업자들은 2013년 2월, 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식과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은 “돈이 아닌 사람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각자 이윤을 내려 놓고 5년 이상 일한 직원 67명이 주인인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015년 2월 기준 조합원 74명(직원 88명): 3년 이상 근속 후 조합원 전환)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의 미션은 “고객과 직원의 경제적 만족과 자아실현을 위한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이다.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꿈과 일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요리학교·여행사 사업을 운영할 뿐 아니라 스페인의 몬드라곤 대학과의 협력으로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를 설립하여 혁신적인 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은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기업가 마인드를 가져야하는 미션이 있다. 송인창 님은 자신이 잘 하는 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야말로 혁신이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단순히 일자리를 보존하는 협동조합을 바라지 않는다. 그는 조합원들이 스스로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청년과 자영업자들이 새로운 기업 모델을 꿈꿀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그는 해피브릿지가 아직 협동조합이 되지 않다고 말한다. “해피브릿지는 협동조합으로 전환 중인 회사”이다. 일자리 지키기를 넘어서는 결사, 공동의 목적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협동조합간 협동을 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서로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인 인터쿱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송인창 님이 꿈꾸는 노동자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들어보자.
@송인창 해피브릿지 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소장
노동자협동조합, 결사의 목적을 고민하다
모심: 해피브릿지의 조직구조인 노동자협동조합에 궁금한 점이 많아요. 우선 사람들이 혼동하는 부분부터 질문할게요. 노동자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송인창: 노동자협동조합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노동조합과 헷갈려해요. 간담회에 가서 노동자협동조합을 이야기했더니 “울산에 노동자협동조합이 가장 발달되어 있죠.” 라고 대답하세요. 헷갈리는 거죠. 저희 작은아버지도 “사업하는 줄 알았더니 노동운동하느라 바쁜거냐”라고 전화가 와요. (웃음)
저는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일자리협동조합’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일자리협동조합은 우리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고, 일자리를 지키고 늘려가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의 결사 목적인 거죠.
모심: 노동자협동조합이 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사용할 때는 여러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군요.
송인창: ‘노동자’라는 표현으로 우리가 하려는 것을 다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노동자라는 언어에는 사회성이 있으니까요. 굳이 비슷한 개념을 쓴다면 노동자협동조합은 동업이죠. 동업한다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사장이라는 거예요. 사장이라는 표현이 너무 권위적이라 다른 용어으로 바꾼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가가 되는 거죠. 그 기업가들끼리 동업하는 거예요. 그럼 노동자협동조합과 기업가 동업, 이 두 가지 느낌은 어때요?
모심: 다르게 느껴지네요.
송인창: 그렇죠. 기업가 동업이라고 하니 안정적이죠. 하지만 기업은 뭔가를 해결해야 되는, 책임지는 느낌이죠. 노동자 동업이라고 표현하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구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동업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요. 사람 사는 게 다 동업인데 말이죠.
동업을 조금 다른 표현으로 하면 ‘팀’이죠. 팀으로 일한다. 팀 기업가라는 거죠. 이제는 예전처럼 제품과 서비스만 잘 만든다고 팔리는 시대가 아니에요. 넘쳐나는 서비스와 제품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죠. 이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혼자로는 안 되니 팀으로 같이 해결하는 거예요. 이런 개념 확장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거죠.
여기에 ‘소셜social’을 붙이면 돼요. 소셜 앙트러프러너social entrepreneur가 되는거죠. ‘일자리’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일을 비즈니스를 통해서 하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거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긴 한데요, 비즈니스가 돼야 일자리가 되는거예요.
모심: 영어가 의미를 선명하게 보여줄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 경우네요. ‘팀 기업가’라는 표현은 동업이라는 용어보다 더 젊고, 활동성 있는 뉘앙스네요.
송인창: 그런데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돼요. 지금은 경쟁이 극심한 상황이거든요. 내가 열심히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러면 뭘 바꾸어야 할까요? 일자리를 잘 지키려면 비즈니스가 잘 되어야 하고, 환경에 적응을 잘 해야 되죠. 그럼 어떤 사람이 적응을 잘 할까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팀이 협동의 가치로 한다면 한 두 명의 하버드 나온 사람보다 혁신적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노동자협동조합 개념이나 정의가 일자리를 지키는 협동조합에서 더 나아가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협동조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심: 일자리를 넘어 경영을 혁신하는 것까지 생각하시는군요. 노동자협동조합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개념과 관련된 질문을 할게요.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생산자협동조합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나요?
송인창: CICOPA(프랑스어 Confederation Internationale des Cooperatives de Production et Artisanales의 약자, 영문으로는 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Industrial, Artisanal and Service Producers’ Co-ooperatives;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 가 많은 의미를 포괄해요. 주식회사도 들어가구요. 생산자협동조합은 보통 농업 분야가 많죠. 넓은 의미로 보면 해피브릿지도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니 생산자협동조합이죠. 그런데 CICOPA 정의에 보면 생산자협동조합은 농업 분야 등 1차 산업이고, 산업·서비스·문화예술 부분은 노동자협동조합이에요. 개념적으로 보면 기존의 농업, 소비자 분야를 제외한 모든 협동조합이 노동자협동조합이에요.
모심: 1차 산업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포괄하는군요. 그런 측면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은 실업률이 높은 시대에 일자리를 스스로 만든다는 것에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이나 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송인창: 네, 과제가 있긴 해요. 우선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니 해고가 없어요. 얼마나 좋습니까. 두 번째로는 경영과정에 ‘내’가 참여를 하고, 조직도 평등해요. 즉 평등한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를 늘려가고, 해고도 없고 경영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의 민주주의가 실현된 회사’. 너무 좋죠. 그런데 이걸 한 마디로 줄이면 철밥통이 되는 거예요.
사실 노동자협동조합이 좋은 이유는 해고가 없다는 거예요. 이건 협동조합이 갖는 딜레마일 수도 있어요.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모두가 주인이 아닌거죠. 이것이 잘못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런데 노동자가 모든 일을 커버할 수 있는가? 경영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어요. 자르는 사람은 없는데 회사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죠.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 하다
모심: 그런 의미에서 이 질문은 빠질 수 없을 것 같아요. 해피브릿지의 경우에는 동업을 하다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케이스잖아요.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고 해도, 창업자와 직원이 경험의 차이도 있고 마인드도 다를 것 같은데요. 전환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송인창: 저희는 주식회사로 있다가 전환을 한 케이스죠. 지금 4년째 접어들고 있어요. 지금은 선출직 이사들도 젊은 사람으로 바뀌고, 경영과 이사회를 구분하는 실험도 하고 있어요. 싹 바뀐거죠. 창업자 그룹이 리드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새롭게 입사한 직원들이나 현재 조합원들과는 갭gap(차이)이 있긴해요. 이제 이런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메꾸어 나가는지가 중요하죠. 내가 주인이고 배당도 받고, 선배들과 평등하고, 경영 과정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데, 이해가 다른 부분이 있어요. 경영에 관심이 없거나, 경영에 관심이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10년 뒤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거죠.
모심: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잖아요. 사업과 책임, 여러 영역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수행하는 건 참 힘든 일일 것 같아요. 오히려 일반 기업 형태가 더 효율성이 있을텐데요. 의사결정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측면도 있구요.
송인창: 기업가는 ‘우리’’가 아닌 ‘고객’ 또는 ‘경쟁자’, ‘지금 경영 환경’, ‘세계’를 고민해야 돼요. 이렇게 사고해야지 할 일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협동조합 개념은 내부 절차와 과정, 참여에 에너지가 쓰이니 기회비용이 높아지는거죠. 하지만 이것들은 문제라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도전입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더 나아가서 노동자협동조합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그 다음에 그 속에서 일하는 조합원의 위상을 어떻게 만드는가를 고민해야 돼요.
협동조합은 결사체니까 결사의 목표가 달라질 수 있죠. 결사의 목표가 일자리를 지켜내는 것인지,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사회적 미션이 있는 비즈니스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인가 생각하는냐에 따라 일의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심: 협동조합이 기업보다 에너지가 더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기회비용이 있어도 협동조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송인창: 협동조합은 민주적인 운영과 자율적인 사업체죠.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경제, 사회, 문화적 목적이에요. 협동조합 기본법이 생긴 후 많은 분들이 협동조합을 하시는데, 제가 이 분들께 물어보면 거의 돈 버는게 목적이에요. 그러면 제가 이익 극대화에 더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조직 형태는 주식회사라고 알려드리며 협동조합 하지 말고 주식회사로 바꾸셔라라고 말해요.
협동조합에서는 결사가 가장 중요한 거든요. 조합원 스스로 결사가 안 되어 있는데,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활동가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해피브릿지도 많은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확장해나가는 과정을 쭉 하고 있는 거구요. 그래서 해피브릿지는 아직 협동조합이 아니에요. 전환 중인 회사죠.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동일한 목적으로 결사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해피브릿지는 결사의 목적이 조합원들마다 다르고, 여러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거든요. 그럼 이건 결사가 된 게 아니죠. 그래서 결사의 과정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모심: 전환 과정이라고 하셨지만, 일단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일반 비즈니스뿐 아니라 사회적 미션까지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이것을 인식해야 할텐데요. 기업가 마인드가 없는 조합원도 있지 않을까요?
송인창: 협동조합의 원칙 중 하나가 교육이에요. 조합원들의 끊임없는 교육으로 협동조합이 유지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참 맞는 것 같아요. 저희는 3년 동안 교육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연구소를 설립한 거구요. 저희가 교육 경험이나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노하우와 콘텐츠가 없어서 몬드라곤 대학과 협력해서 연구소를 설립했어요. 이 경험을 2년간 한국 방식인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했어요. (웃음) 처음에는 어쩔 수 없어요. 다행히 한국에서 강의하는 마틴(Juanjo Martin) 교수가 부분 참여형으로 해서 해결 됐어요.
그리고 조합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요즘 ‘팀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원래 팀 아카데미는 핀란드 대학에서 시작했는데 몬드라곤이 7년 전에 가능성을 검토한 뒤 글로벌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소개(출처_아쇼카 한국)
모심: 팀 아카데미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송인창: 전통적인 교육방식처럼 티처(teacher 선생)와 러너(learner 학습자)가 있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러니까 티처(teacher 선생)와 러너(learner 학습자)가 같은 거죠. 배우는 사람이 가르치기도 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기도 하는 개념이죠. 교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장이 교실인거죠. 수업 방식은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행동에 의한 학습)과 다이얼로그(dialogue 대화)죠. 실제로 해보고, 그 경험을 토론하는 과정들을 거치는 거예요.
전통적인 교육개념을 파괴하는 방법론인데, 노동자협동조합의 특성과 아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대단히 자율적여야 하고, 팀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죠. 이걸 한국에 도입하면 기존의 끄는 자와 따라가는 자, 또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에 대한 기획과 집행의 위계화가 파괴되요. 이것을 통해서 팀 기업가를 육성하고, 그 기업가들이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이건 노동자협동조합에서 가능한 일이에요.
모심: 팀 아카데미가 진행되는 방식이 노동자협동조합 조직과 사업에도 많은 영감이 되는군요. 어떻게 접목 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송인창: 팀 아카데미 방식은 일반 회사에서도 사내 혁신 프로그램으로 많이 써요. 그런데 노동자협동조합은 팀 아카데미 개념으로 전환하고 트레이닝한다는 거죠. 주식회사는 목적 자체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거예요. 단기적이든 중장기적이든 방향은 이익을 내는 쪽으로 수렴이 되어야 해요. 하지만 노동자협동조합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에 더 나아가서 일자리가 어떻게 지켜지는지, 내가 잘 하는 일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즐기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렇듯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또 자신이 좋아서 일을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안 되면 의미가 없어요. 그런데 노동자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거죠. 서포트해주고 기다려주는 거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업가’ 되기
모심: 하지만 기업이다 보니 이윤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기다려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송인창: 기업은 사람이 변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학교는 아닙니다. 학교협동조합이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게 목적이니깐 기다릴 수 있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결사가 아니에요. 내 일자리와 삶을 걸고 하는 거예요. 사실 소비자협동조합하고도 다르죠. 저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 삶, 내 가족의 삶이 다 결사했기 때문에 몰입도가 조금 다른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기다릴 수만은 없어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해피브릿지가 이미지가 좋고, 3년 일해서 조합원이 되면 좋겠다”라고 하면 안 돼요. 이런 사람들이 들어오면 해피비릿지는 문 닫죠. “해피브릿지에 왜 오려고 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저는 이런 일을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내 꿈과 비전은 무엇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이것을 받아 주지 않는다.”라고 해야죠. 해피브릿지는 내 일자리를 내가 만드는 거예요. 이런 사람이 해피브릿지에 맞는 거죠.
모심: 마냥 기다리지는 않는다고 하셨지만, 2014년 인터뷰를 보니 교육비로 2억을 지출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지금도 2014년과 같이 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나요?
송인창: 우리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없었어요. 그런데 2억 정도의 돈을 투자해서 ‘아, 협동조합도 되는 거구나’라는 신뢰가 생긴거죠. ‘우리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거야’라는 정도의 결사는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아직 각자의 정보와 해석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경영진과 선배들의 몫인거예요. 이건 역할의 문제가 아닌 경영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걸 깨줘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제가 얼마 전에 몬드라곤 파고르(Fagor)에 연수를 다녀왔어요. 파고르 가전이 파산 했죠. 몬드라곤에 가니 파고르 가전 인사팀에 있던 분이 재배치를 받아서 파고르 인더스트리아(Fagor Industrial)로 온 거예요. 해고가 없으니 이쪽으로 온 거죠. 이 분과 미팅을 하면서 자료에 나온 내용이 아닌, 개인의 심정을 듣고 많이 깨달았어요.
그 분은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2000개의 일자리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했어요. 여기서 첫 번째 충격을 먹었어요. 그래서 제가 “조합원으로 공동책임 진다고 하지만, 실제 의사결정과정에서는 경영진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영자 의사결정에 미스가 있었던거고, 경영진 책임이 큰 건데 억울하지 않느냐”라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 분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파고르가 공장 가동률이 떨어져서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3일 일하고 4일을 쉬었는데, 일을 적게 하니 너무 좋아했다.”라고 대답한거예요.
모심: 노동자협동조합에서 경영 책임의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네요.
송인창: 두 가지 이야기인거죠. 우선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것. 이 부분에서 결사의 목적이 잘 전승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는 경영의 위기를 이야기했지만 이것이 조직의 파산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안 한거예요. 이 상징성이 우리에게 시사점을 줍니다.
모심: 그렇다면 해피브릿지에서는 책임을 나누는 시스템은 어떻게 갖춰져 있나요? 거버넌스 측면에서 이사회가 책임의 영역에서 더 근본적인 주체일 텐데, 노동자협동조합의 이사회와 경영진은 어떤 관계를 갖는다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주주, 임원, 경영진이라는 삼권 분립으로 가야 한다는 인터뷰를 보았는데요, 이 부분도 함께 설명해주면 좋겠습니다.
송인창: 거버넌스 연구회를 만들어서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은 2기를 시작했어요. 1기 때는 6명 중 3명은 선출직 이사회에서 오고 나머지는 경영진에서 왔어요. 제가 3년간 이사장을 했는데, 첫 해는 사업대표CEO가 있었어요. 2년 차에는 제가 CEO 를 겸직했고, 3년차에는 다시 CEO를 뒀어요. 1기 이사회에서는 이사장이 경영책임을 지는 걸로 되어 있었어요. 아무튼 첫 해에는 협동조합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왔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데, 경영진이 이사회에 들어와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런데 조합의 민주주의가 견제와 감시 외에는 없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2기에는 겸직을 하지 못하게 해서 이사들이 싹 바뀌었어요. 경영진은 이사를 할 수 없다라고 만든거죠. 그래서 삼권분립 논의에 입각해서 진행했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일단 조직 합의에 의해서 방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협동조합에서 견제라는 것, 즉 주식회사에서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하는 이사회 기능과 협동조합 이사회와 경영진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는 각도를 달리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우선 견제와 감시라는 어휘가 협동조합 원리에 맞을까요? 협업하고 보완하는 것이 아닐지요. 경영진은 경영하다보면 조합원의 뜻을 잘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조합원들이 ‘내 뜻을 받아줘’라고 하며 이사를 선출한거죠. 이것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반면 이사들은 전문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과 투자 결정에 보수화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경영자니까, 이사니까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프레임은 노동자협동조합과는 안 맞는 것 같아요.
모심: 어떤 점이 안 맞는 것 같나요?
송인창: 견제, 감시 원리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서는 문제가 있어요.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 이사회를 만들고, 이사회를 감시하기 위해 평의회를 만들죠. 그러면 평의회는 누가 감시할까요? 그래서 감사를 만들죠. 감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요. 그래서 절차와 보고, 형식만 난무해요.
노동자협동조합은 형식을 잘 지키고 사업이 잘 되어서 일자리가 늘어야 돼요. 그런데 사업은 밖에 있는 거예요. 그 에너지를 감시하는데 쓰면 고객 이야기는 누가 들어주나요? 그래서 견제와 감시에서 보완과 협력으로 가야 해요. 이사로서 조합원의 의견을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부족한 것이 있으면 서로 돕는 상호협력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해요.
모심: ‘견제와 감시’에서 ‘보완과 협력’으로 용어를 바꾸는 것처럼 협동조합 용어 선택에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배당, 상여금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분배, 보상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있구요. 용어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계신건가요?
송인창: 네, 중요해요. 요즘은 ‘보상’이라는 단어도 안 써요. 기존 프레임에서 보상은 돈이잖아요. 그런데 동기부여는 돈만으로 되는 건 아니거든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거죠. 협동조합 용어가 정말 중요해요.
결사의 관점으로 본 ‘협동조합 간 협동’
모심: 해피브릿지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또 새로운 시도로 다른 협동조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해피브릿지 내부에도 고민거리가 있지만, 외부적으로 협동조합 생태계 구축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송인창: 작년부터 인터쿱 아카데미(inter coop academy)라는 걸 하고 있어요. 팀 아카데미 교육 방법론을 응용해서 협동조합 대표나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함께 1년 반 가량 논의를 하는 시간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거죠. 저희가 행복중심 생협과 전산 분야 업무 협약을 맺었는데요, 행복중심 생협을 이 과정을 통해서 많이 알게 됐어요. 이 조직의 미션, 비전이 무엇인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게 무엇인지 알게 된 거죠.
협동은 공동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의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관점이나 프레임을 통일시키는 거예요. 서로 호흡을 맞추고 문제에 대한 공익 미션과 비전을 통일하고,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주체를 만들어나가는 거죠. 이러한 지난한 과정이 전제될 때 협동조합간 협동의 실체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예요. 저는 협동조합은 결사체이다보니 결사를 이루어내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사가 되기 위한 상호 신뢰와 이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모심: 협동조합 간 협동을 단지 비즈니스적 관점이 아닌 또 하나의 결사로 보는 거군요.
송인창: 우리가 협동조합간 협동을 이야기하지만 비즈니스로 남은 어드밴티지(advantage)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는 고민을 많이 해요. 주식회사면 원칙이 있어 갈등의 여지가 없잖아요. 협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그래서 드러나지 않아서 속에서 곪는 것들이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렇다고 어떤 대안이 있는 건 아니구요. 그래서 상호 협동조합을 알아가고, 협동할 수 있는 시도로 인터쿱아카데미를 하고 있는 거예요.
모심: 몬드라곤과 교육 부분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계신데요, 사업 부분에서는 주로 어떤 점을 참고하나요?
송인창: 몬드라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죠. 그리고 산업환경과 시대적 배경이 달라요. 제가 몬드라곤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부분은 협동의 원리, 고용을 책임지는 방식 그리고 조직을 혁신하는 방식이에요.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도 핀란드 팀 아카데미로 혁신한 거니까 우리는 그걸 다시 혁신하자라는 관점에서 하고 있어요. 몬드라곤과 저희는 조건과 상황은 다르지만 끊임없이 도전 받고,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래서 협동조합은 정말 시야가 외부화 되어 있어야 돼요. 협동조합일수록 협동하기 위한 파트너들의 에너지가 강해야 됩니다. 그런데 협동조합들이 내부 문제와 이해 조정에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협동조합간 협동이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또 네트워크를 중시해야 하구요. 협동조합은 결사해서 만드는 비즈니스인데, 현재 은행처럼 관련된 일을 지점에서 하는 시스템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은 자본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고, IT 기술도 접목되어 시스템도 갖추고 있잖아요. 자본으로 글로벌화되는 시장에서 사람을 통해 글로벌하게 되는 방법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결국 네트워크에요.
인공지능 시대, 노동자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모심: IT기술을 언급하셨으니 그 부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갈게요.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용어에 고민이 많지만 결국 사람, 즉 노동자가 핵심이잖아요. 그런데 2035년에 일자리가 80퍼센트가 사라진다라는 분석도 있는데요, 이러한 전망을 노동자협동조합은 어떻게 보고 있고, 대응하려고 하나요?
송인창: 제가 청년인큐베이팅,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요.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씨가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이 되면서 “열심히 경기를 준비한 축구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야구장으로 경기장이 바뀐 것을 상상해 보라.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상황이다”라고 취임사를 했어요. 제 생각과 똑같아요.
경제, 환경, 비즈니스가 급변하는데 지금 전통적인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어요. 마치 도법을 배우고 칼 차고 무림에서 나왔는데 모두 총을 쏘고 있는 거예요. 지금이 칼을 갈 때인지, 총을 쏠 때인지 잘 봐야 하는거죠. 노동자협동조합이 이런 걸 도출해야 한다는 거죠.
모심: 노동자협동조합의 운동성이라는 건 ‘인간다운 일자리 만들기’일텐데요, 그런데 인간다운 일자리에 앞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보존할 것인가라는 의문도 들어요.
송인창: 일자리가 없어진다라기 보다 다른 일자리가 나오겠죠. 예를 들어 구글이 작년에 5천 명을 뽑았는데, 그 중 90프로가 인문학 전공자라고 해요. IT가 아닌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거죠. 제가 작년에 구글을 다녀왔어요. 구글은 매주 목요일, 직원 전체가 인터넷에서 모이는 축제가 있어요. 축제에서는 창업자들이 토론을 하는데, 포럼처럼 하는 게 아니라 식당에서 먹고 놀면서 하는데 이게 기업에 반영이 돼요. 즉석에서 토론하고 결정되면 CEO가 결정하는 거죠. 엉뚱한 것도 되는 걸 보면 문화가 살아있다고 볼 수 있어요.
재밌는 건 구글은 일주일에 평균 4번 정도 투표를 한다고 해요. 직접 민주주의가 되는거죠. 몬드라곤에서도 1년에 한 번 총회에서 투표를 해요. 그런데 구글과 몬드라곤 중 누가 더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있을까요. 당연히 구글이죠. 또 구글은 IT기반 직접투표를 통해 결정되면 실행이 돼요. 그러니 구성원들은 ‘내’가 참여해서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심: 인공지능 시대가 되어도 결국 조직 구성원의 참여와 민주주의를 어떻게 구성하는 가가 더 핵심이라는거군요.
송인창: 만약 협동조합이 구글과 같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날개를 다는 거예요. 협동조합에서 구조적인 민주주의, 즉 1인 1표 민주주의를 확인할 수 있는 건 1년에 한 번이에요. 구글은 민주주의가 아니죠. 공동소유도 아니고, 민주적인 운영도 아니에요. 그리고 열심히 일해도 결국 자본이 그걸 가져가요. 다만 그들은 운영시스템을 바꾼거예요. 그 속에서 구글 구성원들이 민주적 소양을 가꾸고 체험을 해요. 여기서 민주주의적 소양은 누가 더 갖고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한계가 있다면 제3의 길이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협동조합이 구글처럼 하면 되는거예요. 특히 노동자협동조합은 이러한 고민으로 발상을 전환시켜 줘야 됩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노동자협동조합은 일자리를 보장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내가 살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동업 방식이 구축되어야 해요. 이러한 프레임으로 노동 좌표를 재디자인하고 해석해주지 않으면 이미 자본으로 재편된 이 산업구조 내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모심: 일자리 문제와 미래를 이야기하다 보니 다시 ‘노동자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돌아갔네요. 선생님께서 노동자협동조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면 좋겠습니다.
송인창: 누가 노동자협동조합을 해야 할까요?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혁신을 꿈꾸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는 팀 또는 협동이 갖는 파워를 인지한 사람들 속에서 사회·경제·산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나타날 거예요.
사람을 자원이 아닌 주체로 인식해야 됩니다. 사람이 주체가 되려면 만나야 해요. 특히 협동조합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분들은 협동조합만 다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을 다니면서 그들이 만들어낸 정보와 노하우를 따라하면 돼요. 좋은 건 따라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틈새에서 인간의 삶을 이롭게하는 상품과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해요. 자본의 이익보다 우리가 먼저 시도하고 만들어내야 해요.
모심: 해피브릿지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그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요?
송인창: 저희는 청년과 자영업 문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갖고 있어요. 청년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 줌도 안 되는 삼성이나 현대 가려고 목매지 말고 제2의 스티븐 잡스 같은 사람이 되면 된다”라는 말을 해요. 그런데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하라고 이야기해요. 팀을 협동하라고 하죠. 지금 취업도 안 되는데 좌절하지 말고, 젊은 게 자산이기에 미션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적게 벌더라도 즐겁게 벌라고 해요. 돈은 마흔 넘어서 버는 거죠. 즐겁게 배우고 쓰다 보면 뭔가 될거예요. 이런 희망을 보여주는 게 저희의 키워드죠. 그리고 두 번째는 창업자들끼리 경쟁하지 말고 협동조합으로 해결하자는 거죠. 프랜차이즈는 제로섬 게임이에요. <국수나무>가 잘 되면 옆 국수가게가 망해요.
그런데 해피브릿지와 같이 갈 수 없는 제 미션이 있긴해요.
모심: 개인적인 미션이 더 궁금합니다. (웃음)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송인창: 농경사회에는 토지가 있어서 같이 일을 하잖아요. 그 곳에서 공동으로 나눠 먹고, 문화가 생기고 삶이 이루어지죠. 산업사회에서는 기업이 그 역할을 해요. 그런데 일터와 삶터가 분리되어 있어요. 기업은 삶의 터전이 아닌 돈을 벌어오는 수단이죠. 8시간은 기업에서 돈 벌고, 나머지 삶은 따로죠. 저는 이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기업 자체가 삶의 토대가 될 수 없을까. 처음에는 대안기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걸 만드는 게 제 꿈이었어요. 그런 기업을 만들고 사회적으로 알리고, 사람들도 대안기업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었죠. 제가 2002년에 착상한 것이 ‘2010년까지 회사를 대안기업 모델로 만들고, 2015년까지 이것을 사회적 운동으로 전환’시키는 거였어요. 또 대안기업 창업 센터를 만들어 2025년까지 50개 기업이 만드는 계획이었어요. 돌아보니 대충 맞아요.
이제 10년 남았어요. 앞으로 10년 동안 50명 만, 50개 기업만 만들면 돼요. 이미 회사 두 곳은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고 했어요. 벌써 두 곳 했으니 이제 48개만 더 하면 됩니다. (웃음)
모심: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인터뷰 일자 : 2016년 6월 17일
인터뷰 장소 : 해피브릿지 협동조합경영연구소
면담자 : 김이경(모심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 하만조(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구술자 : 송인창( 해피브릿지 협동조합경영연구소장)
정리 : 김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