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6월 23일(금)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거리에서 AI로 살처분된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이날 위령제는 좁은 케이지에 갇혀 사육되는 닭들의 고통을 묘사하는 퍼포먼스, 애도의 걸음과 노래, 참여한 시민들의 자유발언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어진 순서에 나선 발언자들 역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는 이유, 이번 AI 사태와 살처분에 대한 생각 등을 이야기하며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어떤 이는 지금까지 채식을 하며 조금 불편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의 살처분과 같은 현실을 보며 기꺼이 보다 더 불편해지기로 했다는 결심을 밝혔고, 누군가는 동물의 몸과 여성의 몸이 다뤄지고 소비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음을 상기하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육식과 공장식 축산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비인간동물은 인간들과 같이 동물이라는 범주에 있음에도 그들을 구분 짓고 다른 존재로 대하는 방식을 보며 인간들 사이에서의 불평등, 타인을 수단이나 도구로 대하는 모습 또한 본질적으로 그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난겨울에 이어 이달 초 다시 발생한 AI(조류 인플루엔자)가 좀처럼 종식되지 않으면서 살처분과 매몰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한 번의 확진으로 반경 3km 이내 수천, 수만 마리가 예외 없이 소각, 매몰되고 있습니다. 예방적 살처분이 유일한 해결책인지 살피고 방역정책과 제도를 점검하는 동시에,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공장식축산과 육식문화를 성찰하고 바꿔 나가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겨울 AI로 살처분 된 가금류의 숫자만 3천만 마리를 훌쩍 넘었습니다. 이러한 규모의 재앙을 겪고도 어떠한 문제도 발견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지나간다면 앞으로 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수백, 수천, 날로 늘어가는 숫자에 무감각해지지 않고, 다른 생명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을 잃지 않는 것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싹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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