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위기와 문명의 대전환 (정성헌, 2014.4)

* DMZ평화생명통신 32호에 실린 글입니다.

 

생명의 위기와 문명의 대전환

 

정성헌 (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세월호 대참사!

 

그 참담한 사건으로 우리는 지금도 화가 나고 답답하고 부끄럽습니다.

60년대 후반 이후 산업화 민주화를 동반성취한 대한민국의 드러나지 않았던 나쁜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다가 드디어 결정적으로 모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정직하고 올바른 반성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원인규명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역량이 결집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만어린 생명들의 희생을 제대로 모시는 것이 될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겠는가?

과연 우리는 제대로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겠는가?

과연 우리는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돈과 물질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겠는가?

사람중심의 세상을 이루고자 할진대우리는 생명중심의 세상을 바탕에 놓지 않는 한 사람중심의 세상은 말만 그렇고 내용은 그렇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어떻게 생명의 문명으로 대전환할 것인가?

그것은 지금의 위기 드러난 위기와 드러나지 않은 위기– 와 다가올 위기를 정직하게 인식하고 뼈저리게 깨달을 때 조금씩 현실화될 것입니다.

드러난 위기는 대부분 인간사회의 위기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위기는 대부분 생명사회의 위기입니다.

다가올 위기 이미 다가온 위기와 곧 다가올 위기– 는 불의 위기물의 위기땅의 위기밥의 위기… 뭇 생명의 위기입니다밤낮없이 불을 때며 원자력 발전의 위기를 걱정하는 스스로의 삶을 봅니다.

 

세월호의 대참사는 체르노빌드리마일후쿠시마 원전의 초대형 참사와는 질과 양 모두가 다른 차원입니다그렇게 반대하고 걱정하던 수많은 국민들을 무시하고 강행한 이른바 4대강 사업의 결과는 무엇입니까거대한 토목공사로 과연 4대강을 살려내겠다는 그 오만한 폭력은그리고 거기에 정당성을 담보해 준 지식행상꾼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작년 말부터 올초 겨울까지 우리는 조류독감(AI) 때문에 닭과 오리를 1000만 마리 이상 산 채로” 묻었습니다.

철새가 다 없어지면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3년 만에 인류는 절멸한다고 합니다.

 

올해도 DMZ평화생명동산에는 살구복숭아싸리… 등 온갖 꽃이 이미 피고 지고 지금은 사과꽃이 피기 시작합니다.벌써 4년째입니다만올해도 여전히 벌이토종벌이 없어 우리 협동부장 모레 진도까지 1400km를 왕복하여 벌 5~6통을 싣고 올 것입니다.

 

세월호의 어린 생명을 제대로 살려내는 일은 지금까지의 돈과 물질 제일주의를 혁파하고 사람중심의 세상으로 변혁하는 일입니다.

사람중심 세상으로의 변혁은 생명중심의 문명 토대에서 현실화될 것입니다.

 

어제 오늘 우리 실무자들은 희망근로 할머니건국대학생들과 함께 생명살림 오행동산에 약초와 야생화 모종을 19,000여 개나 심었습니다내일은 쉬는 날인데도 남은 6,000여 개를 다 심겠답니다. 5월 중순까지는 온갖 채소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어야(=정식합니다사람농사와 작물농사를 같이하다 보니 개구리벌레지렁이가 많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역시 어려운 것은 사람농사입니다.

 

생명의 세계관평화의 가치관으로 스스로를 정립한 지혜로운 일꾼들이 스스로(=자치), 함께(=협동세상을 변혁하고 생명을 모시고 살리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