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인류문명을 산업문명, 공업문명이라고 하는데, 때로는 석유문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대 경제를 움직이는 산업이 모두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 천연가스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석유가 화석연료의 대표 격이라서 석유문명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산업은 화석연료를 제품의 원료로 하거나 동력으로 삼습니다. 공업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농업조차도 화석연료 없이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농사짓는 데 필요한 각종 기계의 동력은 물론이고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도 석유에서 뽑아낸 것입니다.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의 성장을 위해 난방을 할 때는 어떻습니까? 도시의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난방뿐만 아니라 하수도, 정화조 등 에너지가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생활에 화석연료가 쓰입니다.
화석연료의 대량사용은 대기오염,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을 유발시킵니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 천식?폐암 등 호흡기 관련 질환은 물론이고 온난화로 인해 폭우, 폭설 등 기상이변과 동식물 식생(植生)의 변화 등 예기치 못한 피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화석연료가 유한하며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라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20년 있으면 석유가 바닥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이 나오기도 하고, 세계정세에 따라 석유 값이 요동하면서 몇 년 뒤에는 1배럴당 50달러가 넘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의 98%를 수입해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위기를 넘어서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혼란, 생존의 위기가 초래될 것이 분명합니다.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중동지역의 분쟁이 끊이지 않은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고, 최근 미국이 일으킨 두 차례의 걸프전도 석유를 장악하려는 음모 때문이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지금 이런 식의 문명, 생활양식이 지속된다면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한 엄청난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원래 “자연은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보장한 것이 순환입니다. 쓰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순환으로부터 분명히 벗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개발, 자연 순환의 이치에 맞는 생활양식의 확립만이 환경문제는 물론이고 화석연료 고갈의 위기에서 벗어날 길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 프리초프 카프라,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범양사, 1998
– 이필렬,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녹색평론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