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2015년 2월 1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세계 흙의 해, 흙의 가치 성찰 계기로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흙의 해’다. 흙의 공공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가속화되는 흙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세계 가족농의 해’에 이어 내년 ‘세계 콩의 해’로 제정되는 등 3년 연속 식량·농업과 관계된 국제년(International Year)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농도, 흙도, 콩도 모두의 관심 바깥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매일같이 흙을 밟고 사는 우리는 흙의 위대한 힘과 고마운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 ‘세계 흙의 해’를 맞아 오랫동안 간과하고 무시했던 흙의 소중한 가치를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모든 생명 기르는 ‘생명의 어머니’
흙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흙 속 미생물도 숨을 쉬면서 활발히 활동하고 흙을 바탕으로 식물도 왕성하게 자란다.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우리 농업의 바탕이다. 흙은 오곡백과를 생산해 우리를 먹여주고 섬유를 만들어 우리 몸을 보호해 준다. 또 나무를 키워 우리 삶의 자리를 마련해 준다. 우리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것도 흙이 식물을 키워서 산소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다. 나무와 숲, 새와 곤충 등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흙이 베풀어 주는 은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야말로 흙은 모든 생물을 길러주는 ‘생명의 어머니’다.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의 95%가 흙을 통해 생산된다. 지구상 생물의 4분의 1은 흙 속에서 살고 있다. 큰 숟가락 한술의 건강한 흙 속에는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다. 지속가능한 흙 관리를 통해 식량을 58%까지 증산할 수 있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흙이란 살아 숨 쉬는 흙을 말한다. 흙은 살아 있어야 새싹을 틔우고 물을 저장하고 온갖 유기물을 식물과 흙 속 모든 생물들이 먹기 좋게 분해할 수 있다.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흙 1cm에는 최소 300년 이상이나 되는 길고 긴 역사가 담겨 있다.
이처럼 너무나 소중하고 위대한 흙에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마치 흙을 무진장한 자원처럼 착각하고 향수해 왔다. 세계 흙의 3분의 1은 인간의 부적절한 관리로 인해 본래 지닌 농작물 생산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외부로부터 유해물과 오염물이 가해져 흙이 농작물 생산에 적합하지 않게 되고 유해한 먹을거리가 생산되고 있다. 흙은 인간의 성급한 이익 추구 때문에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흙은 수탈적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과 과도한 이익 추구에 목적을 둔 관행화학농업으로 생명력을 잃고 중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흙이 파괴되고 피폐되는 심각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흙이 병들면 사람도 병약해 진다. 병든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키고 그 흙에서 난 먹을거리는 우리의 몸을 해치게 된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흙의 황폐화는 식량생산의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흙을 제대로 알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겐 정말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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