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교훈
박맹수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
지난 4월 16일 전라남도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동시에 성공했다고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난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사고였다. 천진하기 그지없는 고등학생을 비롯한 수백 명의 탑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채 탑승객 전원의 고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던 참담한 현실, 그리고 그 같은 비극적 사고를 당하여 고작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던 기성세대들의 잘못은 참으로 무겁고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11명의 실종자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가운데, 살아남은 유족들의 아픔은 갈수록 증폭되어 자살과 실직과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장기간 도피 생활을 계속하고 있고,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선 국회 진상규명위원회는 정략적 차원에서 이번 사고를 다루려는 몰상식한 행태마저 드러내고 있다.
또한, 사고도 사고려니와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안전행정부와 해양경찰청 등 당국이 보여준 책임 떠넘기기식 대응은 희생자 유족을 비롯한 전 국민의 가슴을 또다시 멍들게 하고 있다. 침몰하는 세월호 안에서 죽음을 직감한 단원고의 한 여학생이 친구의 휴대폰을 빌려 “엄마, 아빠 미안해요”라며 이승에서 마지막으로 울부짓던 그 처절한 인사말을 우리 어른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당국은 어떻게 이렇게도 무책임하고, 이렇게나 무기력한 대응으로 시종일관할 수 있을까? 참으로 통탄하지 않을 수 없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 가슴 아프게 희생을 당한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언제까지나 그저 희생자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다는 생각에만 젖어 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당국의 무책임하고 무기력한 대응을 나무라면서 스스로는 아무런 주체적 행동이나 실천을 하지 않은 채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한다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도저히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모든 부끄러움을 감수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참사 이래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끝 모를 깊은 슬픔과 아픔마저도 과감하게 딛고 일어나 정부당국에 대한 억제할 수 없는 분노마저도 뛰어넘어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해 내야 한다. 그리하여 더 이상 이번 참사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을 생각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이 땅의 종교인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이번 참사의 배경에 왜곡된 신앙과 사회적 책무를 저버린 종교, 즉 ‘공공성’을 상실한 특정종교가 참사 배후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 참사 소식을 접한 지인(知人) 한 분은 이렇게 말씀했다. “세월호 참사는 종교가 기업 활동을 잘못하게 되면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이 말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 문제를 거론할 때 이 땅의 종교와 종교인들이 아주 ‘무겁게’ 생각해 보야 할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따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구체적으로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크게 지적되고 있다. 첫째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물신숭배(돈이 최고)’ 풍조, 둘째 일의 동기나 과정보다는 일의 성과나 효율만 중시하는 풍조, 셋째 서로 협동하기보다는 상호 경쟁만을 부추기며, 법과 제도에 의거한 정당한 절차보다는 편법과 탈법을 앞세우는 사회분위기, 넷째 개개인의 자율적 의사 및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그저 일방적 명령과 타율만을 강요하는 기성세대들의 구태의연한 행태, 다섯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극단적 이기주의, 여섯째 기존 권력층의 시대착오적 역사인식, 즉 권력의 정당성은 민초들의 생명과 생활, 생업을 지켜주는 데서 나오는 데도 현재의 권력은 그 같은 사실을 무시한 채 ‘권력 그 자체(여기서는 박근혜 대통령)’만을 보호하기 위해 과거의 낡은 통치방식으로 회귀하려고만 하고 있는 것 등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적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 모두가 명심해야 할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현 정권이 이번 문제를 단순히 정권 옹호 차원에서 접근하게 되면 앞으로 더 큰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둘째 일이 급하다고 하여 단기적이며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심각해진다. 셋째 일의 효율성을 위해 그저 일방적 지시나 권위주의적 명령에만 의지하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넷째 법이나 제도, 시스템 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 즉 가치관의 변화를 위한 근본적 개혁에 눈을 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기성세대의 관점을 뛰어넘어 다음세대의 관점에 서야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 부모님들께서는 그저 자식 하나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삶을 사셨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한다. 이러한 자세가 바로 ‘진정한 어른’으로서 자세요,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가치관이 아닐까.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생떼 같은 젊은 목숨을 헛되이 희생시키는 못난 어른이 나와서는 안 된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의 한국사회가 얼마나 불안한 사회인 지, 얼마나 무책임하 며 몰도덕적 사회인가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참사’를 목격한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만일 한국에서 원전사고(原電事故)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한국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나서서 가장 비극적인 사고가 될 수밖에 없는 ‘원전사고’ 예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원전사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전체에게 각인시켜준 것이 바로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