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세계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근거는 물질의 순환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순환입니다. 지구가 물의 행성이기 때문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이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질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그 행성에 물이 있는가 여부입니다. 최근 화성에서 물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과학계가 흥분에 쌓이기도 했습니다. 물의 흔적이 바로 생명체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고향은 바다라고도 합니다.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하여 육지로 기어올라 왔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피 속에 녹아있는 소금 농도가 바닷물의 염분 농도와 같다고 합니다.
물은 육지에서 바다로, 또 수증기가 되어 구름이 되었다가 비가 되어 다시 육지로 순환합니다. 인간이나 동물, 식물이 이 과정에서 물을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순환의 과정이 막히거나 어느 한 곳에 독점되어 정지해 버린다면 지구의 생명은 절멸해 버릴 것입니다. 이것은 지구적 차원뿐만 아니라 물질 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런 점에서 지하수, 물의 상품화는 인류에게 앞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특히 엔트로피론에서는 물의 순환 과정에서 대기권 안에 생긴 폐열(엔트로피)을 수증기의 저온 방열을 통해 우주공간에 버린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는 증가하는 엔트로피로 죽어가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물의 순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엔트로피 때문에 죽게 된다는 것이지요.
지구에는 물의 순환 이외에도 탄소, 인, 유황 그리고 무기염류 등 다양한 물질이 순환합니다. 이런 물질 순환이라는 토대 위에서 생명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공간적 물질 순환과 마찬가지로 탄생, 성장, 죽음, 그리고 또 다른 탄생이라는 생명의 시간적 순환 과정도 생명세계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써도 써도 없어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보장한 것이 순환입니다. 쓰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순환으로부터 분명히 벗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순환이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삶의 기본을 지키는 일입니다. 생명운동이 장거리 이동에 따르는 에너지의 남용을 극복하고 지역산업, 지역농업, 지역 내 유통 등을 지향하는 이유도 이런 물질 순환에 어긋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환성은 생명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나카무라 히사시, <공생의 사회, 생명의 경제>, 한살림, 1995
– 무로타 다케시 외, <순환의 경제학>, 삼신각,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