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을 알면 만사를 안다”는 해월 최시형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 그릇의 밥이 아침 밥상에 오르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벼를 여물게 하는 따가운 여름 햇볕과 맑은 공기, 적당한 비와 서늘한 바람, 흙 속의 온갖 미생물과 벌레들의 꿈틀거림, 심지어는 교교한 달빛과 별빛, 그리고 농부들의 피땀 어린 노동과 어머니가 부엌에서 하는 살림의 정성 등 우주만물의 조화와 협동이 있어야 합니다. (살림을 꼭 어머니만 하란 법은 없습니다.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살림은 남성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해야할 생명운동의 가장 중요한 실천 과제입니다.)
판화 하시는 이철수 선생님의 판화 중에 우주만물을 상징하는 해와 달과 별, 바람이 들어있는 밥 그릇을 표현한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 한살림 로고로 사용했었지요. 이처럼 한 그릇의 밥은 자연과 인간, 온 우주의 상호 작용이 빚어낸 예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온 우주의 협동을 통해 만들어진 밥을 먹고 살아가는 셈입니다. 더 나아간다면, 나란 존재 자체가 우주 전체의 협동의 산물인 것이지요. 밥 한 그릇을 통해 우리들 삶이, 생명이 우주만물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해월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