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빌려드립니다

몇 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도서관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 도서관’인데, 이는 책이 아닌 사람을 대여한다는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는 특정 인물의 스토리를 들으며 사람을 읽어나간다는 모토를 갖고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도서관으로는 ‘씨앗도서관’이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GMO문제 등에 관심있는 환경단체, 도시텃밭운동 조직 등에서 이끈 운동으로 토종종자를 모아 보관하고 이를 널리 확산시키는 작업이다.

 

미국의 경우도 씨앗도서관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는데, 독특하게 일반 도서관에서 씨앗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도서관은 책이나 영상자료 등을 보유하고 민간, 회원에게 빌려주는 장소라고 인식되는데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우 도서관에서 도서, DVD뿐 아니라 장난감, 교구 등도 보유해 빌려주기도 한다. 씨앗도 공공영역에서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류되고 있다.

 

libaryseedbank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400개 이상의 씨앗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씨앗도서관 운동이 일어나는 배경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수 기업에 의한 종자 독점에 대한 문제인식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이러한 종자 독점은 GMO와 같은 환경문제를 일으킬 뿐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씨앗도서관을 통해 독립된 개인이 키우는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 꽃 등의 씨앗을 교류함으로써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을 알리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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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libraryseedbank.info

 

씨앗을 빌린 후, 또 다른 씨앗으로 돌려주세요

 

미국 뉴저지의 McCowan 기념도서관(www.mccowan-pitman.org)에는 책뿐 아니라 ‘씨앗도서관’도 정식으로 언급되어 있다. McCowan 기념도서관의 씨앗도서관은 지구를 보호하는 하나의 행동 중 하나로 씨앗 모으기, 씨앗 나눔을 중요하게 여겨 2014년 도서관에 씨앗도서관을 열었다.

도서관에서는 독서운동, 강좌뿐 아니라 ‘씨앗’과 환경에 대해서도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도서관에서 규정하는 씨앗도서관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 지역사회와 정원에 관한 발굴

–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고 기르는 전통에 대한 지역 공동체를 연결하는 작업

– 농산물에 대한 생산, 경작, 씨앗 모음에 대한 공동체 교육

– 도서관 내 지역에 기반한 지속적인 씨앗 모음

– 지속가능한 친환경 정원/농업에 대한 정보와 교육 제공

 

환경단체가 아닌 일반 도서관에서 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도서관 카드를 갖고 있으면 위와 같은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도서관을 방문해 약 5개-10개의 씨를 작은 봉투에 담은 후 도서관 시스템에 입력을 하거나 기입하면 씨앗 나눔 작업은 끝난다. 단 씨앗을 가져간 사람은 이를 키워 다시 씨앗을 도서관에 가지고 와야 한다. (반환하지 않아도 벌금은 없다) 이외에도 도서관에서는 텃밭/정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문서(어떻게 씨앗을 심는지, 경작방법, 수확방법 등)를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한다.

이외에 뉴저지의 Woodbury 공공도서관에서도 씨앗도서관(www.woodburylibrary.org)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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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슈빌(Nashville) 공동체 농장  (출처: nashvillepublicradio.org)

 

미국 테네시주의 내슈빌(Nashville)에는 씨앗도서관 운동에 좀 더 적극적 도서관이 있다. 바로 내슈빌 공공도서관(www.library.nashville.org)이다. 내슈빌 공공도서관은 홈페이지에 짧은 소개뿐 아니라 “Nashville Public Library Seed Exchange”라는 페이스북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씨앗도서관 운동을 알리고 있다. 종자의 단일성에 대한 문제부터 세계식량문제에 이르기까지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기획한 지역 농업, 지속가능한 농업, 농작물 저장 방법 등에 대한 강좌를 제공하기도 한다. 더불어 다른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씨앗으로 키운 농작물의 다양한 요리법도 공유한다.

www.facebook.com/NashvillePublicLibrarySeedEx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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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나눔 현장  (출처: www.seedsavers.org)

 

이외에도 1975년부터 시작된 Seed Savers Exchange(www.seedsavers.org) 도서관과 연계해 씨앗도서관 운동을 펼치고 있다. Seed Savers Exchange은 농작물과 종의 다양성을 위해 회원들간의 씨앗을 교류하는 작업을 촉진시키는 비영리 단체이다. 현재 1만 2000명의 멤버가 씨앗을 제공해주고 있고 서로의 씨앗을 교환하며 정원을 가꾸거나 텃밭을 꾸리고 있다.

 

정리: 김이경(모심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