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동학농민혁명 120년 뒤 다시 갑오년을 맞는 올해 3월 1일,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는 3.1만세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또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2014년의 모습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작은 민회가 열렸습니다. 생명운동, 시민사회 각 영역과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 하시는 30여 분이 둘러 앉아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모시는 글과 제안문 내용(첨부파일 참조)을 먼저 함께 나누고, 모심과살림연구소 주요섭 소장이 작은민회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생명'을 화두로 새로운 삶과 사회를 꿈꾸어왔던 분들의 모임으로 '생명운동집담회'를 이어왔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에 즈음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이야기해왔고, 마음이 모아져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어 참석자들이 각각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새로운 운동의 방향이나 구체적인 활동의 주제와 목표들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동학은 생명사상 그 자체이고, 갑오년의 봉기는 생명운동 그 자체였다. … 동학을 다시 보면, 그동안 놓쳤던 부분과 운동의 한계를 넘어 한층 풍요로워질 것 같다. 두 갑자가 된 지금 이 뜻을 한번 펼쳐보았으면 좋겠다."(박맹수)
"기미독립선언서를 다시 보면서, 증오나 원망이 아니라 끌어안고 넘어가자(새로운 세상, 새로운 문명으로)는 생각을 읽었다. 우리 선조들이 갖고 있었던 기백, 깊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정규호)
"최근 세 모녀 자살 사건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제가 듣고 배운 생명운동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다. …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바꿔야 한다. 그게 전환이다. 3.1운동의 의미를 돌이키면서, 큰 사회적 전환의 흐름을 어떻게 같이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각자의 계획을 나누고 펼쳐보이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주요섭)
"내 몸을 움직여서 사소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방향을 전환하고 바꾸어가는 데 대해 우리가 얼마나 귀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 관계들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윤박경)
"태곳적부터 내려오던 삼일사상, 삼일정신이 선언문적인 것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단순한 투쟁과 서양식 역사발전 과정이 아니라 크게 태극처럼 휘돌아 하나로 묶어내는 대동사상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했다. 진성성을 서로 알아가는 과정으로써 3.1운동의 뜻이 있지 않을까 한다."(김홍술)
"생명은 근본적으로 '저항'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물결에 맞서 탐욕을 제어하고 체제를 개선하는 운동이 같이 가야 한다. 지속불가능한 상태를 지속가능한 쪽으로 전환시켜 나가기 위해서 마을운동, (금융,산업자본이 어찌할 수 없는) 자급자족 시스템이 중요하다."(양재성)
"(야마기시공동체의 경험으로부터,) '사람의 본성에 맞는 사회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지점을, 이론이나 사상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연구와 탐구의 기회를 스스로 갖고 자기의 눈으로 무엇이 바르고 진실인가를 알아차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유상용)
"'전환'이라는 말이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 필요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저절로 될 거라 생각한다. 생명평화진영에서 무언가를 해보자 했지만 10년을 못 넘긴 것들이 많았다. 보다 긴 안목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이향민)
"'우리 말'로 접근하고 싶다. 잘살아야 한다. 그냥 사는 것이다. 머릿속에만 담아놓고 살지 못하는 게 많았다. 잘사는 것은 하늘 뜻대로 사는 것이고, 그대로, 사이좋게 사는 것이라 생각한다."(도상록)
"제가 하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에서도 '전환'을 가지고 얘기한다. 기존 틀 안에서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변화가 아니라 전환이다. 깨우침을 바라보는 정도나 단계별로 각자 자기 위치에서 변화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오래전 사회운동에서의 문화예술운동가들의 모습, 신바람과 신기를 일으킬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한 것 같다."(이무열)
"미래세대의 희망은 작고 희망적인 마을에 있다고 생각한다. '풍류당'을 지금 같이 준비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해야 할 몫이 아닌가 한다."(정대호)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마음, 따뜻한 기운으로 모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살림의 기운이 넘쳐흐를 때 겨울왕국도 녹일 수 있는 것을 보면서, 그 능력을 사실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곧 모든 종교 창시자들이 이야기했던 사랑이고 자비이다. 내 마음부터 따뜻하고 살림의 기운이 흘러넘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겠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일도 함께 해야 하겠다."(김용휘)
많은 분들이 나눠주신 이야기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서 더 넓게 공유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게 만나는 자리들이 계속되어야 하겠습니다. 연구소에서도 계속해서 소식을 전하고 나누는 역할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미처 옮기지 못한 소중한 이야기들도 기회가 되는 대로 정리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