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지역화폐 <2>
지역화폐는 단어 그대로 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한 돈이다. 특정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범위가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지정된 상가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쿠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수월하다. 다만 기존 상품권이나 포인트 등과 차이점은 프랜차이즈보다 지역경제와 관계망을 한층 더 고민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한 지역에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있어 소비가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지역으로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 기업으로 고스란히 자본이 이동되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 지역화폐는 그보다 소상공인, 동네상점, 동네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소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론 지역화폐 현황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탄력성, 회복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로 지역화폐 운동은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현물기반형, 자원봉사형, 지역금융형, 쿠폰형, 네트워크형 등으로 나누어 지역화폐 사례를 살펴본다.
(참고: 자원봉사형 지역화폐 (1): 일본 후쿠오카 이와라 키톤 (ぎとん券)
http://www.mosim.or.kr/bbs_shop/read.htm?board_code=sub7_1&idx=44828&cate_sub_idx=8873)
자원봉사형 지역화폐 (2)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건강화폐’
[사진 1]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입구 (사진: 김이경)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의료생협의 역사도 오래될 뿐 더러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의료생협과 관련된 활동은 언론 등 여러 매체에서도 많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만든 ‘건강화폐’는 규모가 작기에 다뤄지지 않은 경향이 있다. 이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지역화폐인 ‘건강화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안성군 고삼면 주말진료소 활동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말진료소에 참여한 마을 청년들과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화 의료인, 지역농민이 중심이 되어 1994년 한국최초로 의료생협을 설립한다. 이후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과 건강한 마을만들기 활동을 통하여 주민과 조합원의 건강 증진 및 활기찬 지역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구성
본점 |
안성농민의원, 건강증진센터, 안성농민한의원, 생협치과의원, 우리생협의원 |
3동점 |
우리생협의원, 재가장기요양기관 |
서안성점 |
서안성의원, 서안성한의원 |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조직으로, 믿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통하여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지역주민과 함께 보건․복지․건강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여 지역 주민과 조합원의 건강 증진 및 건강한 지역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2012).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1) 믿을 수 있는 좋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적정진료, 건강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및 활동, 질병 조기 발견을 위한 건강검진, 소독 및 위생관리 철저, 의료기관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복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취약계층 의료비 감면, 취약계층 의료지원 서비스, 거동불편자를 위한 서비스(왕진, 가정간호, 방문간호, 방문구강간호, 환자모임, 방문간호)를 제공하고 있다.
(3) 지역사회 주민 자치능력 향상을 위해 생협인 교육활동, 조합 운영 참여 활동(총회 및 각종회의, 의견함 및 불편개선 제도, 정보공개), 조합원자치활동(지역별 조합원 활동, 소모임, 건강마을 만들기), 자원봉사 활성화 활동, 자치행정참여 및 지역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지역화폐 – 건강화폐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보고서를 보면 다른 조합과 구별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사회적회계 보고서’가 있다는 점이다. 조합에서는 수익의 일부를 지역 취약계층의 보건의료복지를 위해 쓸 뿐 아니라 조합의 대의원 및 위원회, 소모임, 자원봉사 모임의 참여 등을 기록하는 ‘사회적회계’가 따로 있다. 이를 별도로 구성해 2009년부터 사회적회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또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 규모가 아주 작지만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생협의 특성 상 조합원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사진 2] 건강화폐 기록장
건강화폐 기록장에는 다음과 같이 안내되어 있다.
<건강화폐 사용법>
건강화폐는 조합원이 각종 조합활동에 참여하면 1시간당 1,000포인트를 적립하여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참여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하기 위함입니다.
사용기간: 발행후 1년 이내
사용장소: 안성의료생협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 아름다운가게
* 타인에게 양도 가능하며 의료생협에 기증하시면 저소득층 의료지원에 사용됩니다.
조합원이 자원봉사를 하면 1시간에 1천 원에 상응한 포인트가 발생하며 이를 아름다운가게, 의료생협에서 사용할 수 있다. 2012년에 자원봉사에 참여한 조합원은 231명이며 4,321시간이다. 이를 1시간 당 1천원으로 환산해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및 연계된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강화폐(유효기간: 1년)를 발행했다. 2013년 상반기에 발생한 인센티브는 2,836,400원이다. 그동안 아름다운가게에서 사용된 금액은 다음과 같다. 2012년 391,200원, 2013년 509,400원, 2014년 상반기 251,100원이다. 또한 2014년 상반기 의료기관 사용비는 1,881,800원에 이른다.
안성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한 이유는 ① 조합원이 의료기관을 한 번 더 이용할 수 있는 기회 마련 ② 맞벌이나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하는 조합원에게 비용은 많지 않지만 고마움의 표시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지속적인 자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자원봉사자가 사용하는 빈도도 늘고 있고 양도, 기부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활동내용은 한 달에 한 번 자원봉사센터에 실적을 보내 기록된다. 안성의 경우 자원봉사센터에서 할인가맹점과 연계해 자원봉사자들이 할인 받을 수 있게 안내한다. 참고로 생협치과에서는 자원봉사자에게 8% 할인을 진행하고 있으나 1년에 5명 내외로 이용하고 있다.
[사진 3] 자원봉사 및 인센티브(건강화폐) 안내 (사진: 김이경)
2014년 조합 상반기 평가서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2009년 조합원 인센티브제 도입을 처음 시행한 이후 꾸준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조합원들의 자원봉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조합원들의 위원회 활동, 대의원 모임 참가, 건강모임 참가 등 조합원의 일상적인 조합 활동이 기록되고 다시 보상되는 피드백 시스템을 만든 것이 조합원 인센티브 제도의 원취지였다. 조합원들의 활동을 일일이 기록하여 정리해놓았다.
올해부터는 상하반기 합산하여 2015년 1월에 인센티브를 발행할 예정이다. 2012년부터 인센티브 ‘건강화폐’ 사용처가 의료기관에서 안성 아름다운가게로 범위를 확장하였다. 처음년도 이용금액이 391,200원이었고 2013년에 509,400원 2014년 상반기에 251,100원을 사용하였다. 2014년 상반기 의료기관 사용비는 1,881,800원이다. 자원활동가들이 꾸준히 이용하고 있고 활동을 더 많이 촉진하는 원동력과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지역화폐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을 개척하고 활성화해나가는 계기를 삼고자 한다.”
안성의 건강화폐는 자원봉사와 지역화폐를 연계하고 점차 확장하고 있다. 또한 지역-조합원-자원봉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다 많은 조합원이 조합 활동에 참여하고, 사회적기업 등 지역 기업, 단체와 연대하는 건강화폐가 되길 응원한다.
참고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2014, <2014년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상반기 평가서>.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www.asmedcoop.or.kr
정리: 김이경(모심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