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의 시대가 협동조합에 던지는 질문

지속가능성의 시대가 협동조합에 던지는 질문

하만조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일약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하청업체인 폭스콘 등의 인권 문제로 끊임없이 언론의 견제를 받아야만 했다. 무한경쟁의 상징인 미국에서 기업의 윤리 조건으로 직영도 아닌 계약업체의 인권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에게 다소 의외였을지 모른다.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CEO가 된 팀 쿡은 여기에 좀 더 민감했다. 그는 취임 뒤 중국 공장의 인권 문제 개선에 나섰으며, 전 세계의 자사 사업장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를 100%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열린 애플의 주주총회에서는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라는 주주들의 권고에 대해서 평소 조용하던 그가 “오직 투자수익률만을 원한다면, 주식을 팔고 나가라”고 답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단 애플만의 사례가 아니다. 세계 유수의 기업은 물론 국내 대기업들도 경제, 사회,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이것이 비록 기업의 여러 문제를 덮는 면죄부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이들이 기부하는 금액이나 활동 범위는 상당하다. 그것이 자율이든 타율이든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오직 이윤’ 논리로는 이제 어떤 기업도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다. 주주 중심의 경영 방식도 직원, 지역사회,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이들에 대한 책임에서 어긋나면 사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차별성과 이미지 쇄신을 통한 가치(이윤) 창출의 경영전략으로 채택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 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에게 있어서 지속가능성은 그 자체의 DNA라고 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소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13년 “협동조합의 향후 10년을 위한 청사진”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여’를 전 세계 협동조합이 이행해야 할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여기에는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스스로의 정체성을 세계 보편적인 과제와 연계하여 새롭게 정립하고 기업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목적도 담겨 있다. UN도 올해 채택될 것이 유력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의 주요 파트너로서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회 양극화와 환경문제 개선,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건강한 삶의 추구 등의 새롭게 설정될 목표들이 그 동안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실천해온 활동들과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협동조합들이 지속가능성에 기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조합원에게 잘 전달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재무적 성과 중심으로 평가 시스템이 갖춰진 회계 보고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 사회, 환경적 측면에서 각 조직이 정한 목표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가를 알릴 수 있는 보고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ICA도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 세계적으로 활용 가능한 협동조합의 지표와 평가 프레임을 구상하고 있다.

 

물론 개별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목표와 지속가능성 목표가 동일선상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영국의 협동조합그룹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틀을 활용하되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변형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보고서에는 재무적 성과, 환경보호, 공동체에 대한 기여, 조합원에 대한 가치 전달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세부 지표가 마련되어 있고, 각 지표별로 목표치와 이행 여부가 공개되어 있다. 물론 다양한 이슈들의 중요성과 우선순위, 그리고 평가에는 조합원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한다. 스위스의 미그로(Migros), 독일의 레베(Rewe), 스웨덴의 KF, 일본 생협연합회 등 비교적 규모 있는 협동조합들도 비슷한 주제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이들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몇 가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자신들이 참여한 사업과 활동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경제, 사회, 환경적 지속가능성에는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단지 현황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표치를 수립하고 이것의 이행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 셋째,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함으로써 비교를 통해 진행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의 정렬과 수집 또한 의미 있는 성과다. 넷째, 조합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끝으로 추상 수준이 높은 조직의 목적 또는 경영이념을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현실화하는 효과가 있다.

 

경제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전 지구적인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 노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만큼 그 실천 내용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진단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기는 어렵다. 진행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 발전시켜나가면 된다. 세계적 위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다.

150729_questionmark1438154081.jpg

ⓒ Ben R (flic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