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과살림연구소 미담 워크숍 소개③]
먹거리와 비거니즘
작성: 기현
지난 9월 미담의 워크숍 먹거리팀의 두번째 주제, <먹거리와 비거니즘>을 소개합니다.
앞선 발제에서는 먹거리에 대한 각자의 인식을 공유하고 채식을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먹거리와 비거니즘> 시간에는 우리의 주변으로 이야기의 범위를 좁혀 ‘탈육식을 위한 비거니즘’에 대한 각자의 생각과 경험들을 나누었습니다. 채식 중심의 식생활, 탈육식, 비거니즘 운동 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잘 몰랐기에 겪었던 당황스러웠던 경험, 또는 채식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마주했던 어려움 등 나와 내 주변을 바꾸기 위해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먼저, 채식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 비거니즘 실천을 위한 방법과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갈등과 고민들을 짚어주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책 한 권을 소개했습니다. 바로 토바이어스 리나르트의 「비건 세상 만들기 – 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입니다. 그동안 <미담> 먹거리 팀은 비건, 탈육식, 먹거리의 전환 등 다양한 먹거리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읽었는데요,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간결하면서 현실적으로 현재의 비거니즘 운동을 조명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저자 토바이어스는 비건촌, 즉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들이 더 많은 세상’으로 가기 위해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어떤 움직임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비건에 대해 정말 원칙주의적으로 ‘절대 지키면 안 돼!’라는 규칙들을 세우고 지키지 않으면 불편한 마음과 가책을 하루 종일 안고 지내던 때였습니다. 최대한 완벽에 가까운 채식을 실천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많은 유혹들에 부딪혀 제 안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었죠. 이 책은 그런 저의 갈등은 조금은 풀어주고 어떤 지향을 품어야 할지 다시 되짚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들이 정말 많았지만 워크숍에선 책에서 말하는 비거니즘을 위한 몇 가지 실용적인 입장과 방법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저자는 ‘비건 세상’을 “동물이 인간에게 고통받거나 무차별적으로 도살당하지 않으며, 인간과 동물 서로에게 이로운 몇몇 관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형태의 동물 이용이 사라진 세상”이라고 말합니다. “비건 세상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고통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건 세상으로 가는 길, 즉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비거니즘으로 향하는 길에 함께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토바이어스는 ‘위치 파악, 행동 유도, 논거, 환경 조성, 지지, 지속 가능성’, 여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결국 우리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변화이기 때문에 비거니즘을 실천할 때 ‘다양한 동기를 제시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생각하며, 같은 방향을 보고 목표에 대체로 동의하는 이들과 함께해야 함’을 말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먹거리 팀의 두 번째 발제 현장
그럼 한국에서 ‘비거니즘’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식품음료신문의 2019년 빅데이터 기반 조사에 따르면 ‘채식주의’ 언급량(네이버 블로그 기준)은 2015년 대비 2019년에 약 4배 이상 증가했으며, 채식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연관어가 부정적인 것들보다 약 4배 정도 많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비거니즘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져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요, 비거니즘에 대한 몇 가지 현실적인 질문들을 바탕으로 워크숍 참가자들의 경험을 간단히 공유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는데요, 질문을 읽고 여러분의 경험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비건은 민폐다? “다른 동료들을 만나서, 메뉴를 정할 때 비건 지향과 아닌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있으면 서로 눈치를 보게 되었어요.”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다 같이 채식을 해야 하는 것만이 답일까 고민한 적도 있었어요.”
Q. 비건은 건강하지 못하다?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고, 부모님께서도 걱정하셨어요.” “오랫동안 완전한 채식을 하진 않았지만 당장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체력이 약해지는 느낌은 없었어요.”
Q. 비건은 힙하려고 하는 것 아니야? “태도는 행동에 따라 바뀔 수도 있어요. 행동이 먼저 시작되고 인식이나 가치관이 사회 전반으로 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모습인 것 같아요.” “힙하기 위해 하는 채식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힙함을 위해서 비싸더라도 비건 식당을 찾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선택이기에 존중했으면 좋겠어요.” |
한편, 채식을 실천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환경단체에서 일하며 가졌던 기후위기 문제의식을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으로 먹거리에 대한 변화를 시도한 분도 있었고, 주변에 채식을 하는 이들이 많아서 시작한 분도 있었습니다. 또는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읽고 현실에서 이상한 지점들을 느끼면서도 구체적으로 찾아보거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다가 환경 영화제를 본 이후에 채식을 실천하게 된 분도 있었습니다. 이야기들 중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이 때우는 것이 아닌 나를 채운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 아닌 분들이 다 같이 비거니즘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먹거리에 대한 변화를 ‘채식’의 실천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저 또한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고, 매일 최소 세 번, 세 끼니를 선택할 때마다 계속 여러 가지 유혹과 갈등을 겪으며 나아가고 있습니다. 완벽한 생활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 각자의 다짐을 적고 있는 참여자들
이 시간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먹거리에 대한 기준과 관점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짧은 시간이었지만 먹거리 팀의 발제는 각자의 먹거리 생각지도를 공유하며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여 먹거리에 대한 앞으로의 다짐을 카드에 적어보는 시간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저희 안에서만 맴돌던 고민들을 밖으로 꺼내는 자리였습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민들이 만나 공명하는 순간엔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먹거리란 무엇인가요? 인간을 넘어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먹거리 팀의 이야기의 첫 장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한 끼 식사에 담긴 ‘때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는 먹거리 팀의 고민과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다가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비건 실천 2주 캠페인>은 그중 하나로,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꾸준함’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하셨더라도 함께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채식 중심의 먹거리 문화, 탈육식을 위해 오늘의 한 끼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언젠가 <미담> 먹거리 팀의 길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 올라올 소식들도 기대해 주세요!
* “[빅데이터 분석-채식주의] 국내 채식 인구 150만…10년간 10배 증가”, 식품음료신문, 황서영, 2020.03.11.
참고문헌
‘비건 세상 만들기’, 토바이어스 리나르트, 2020, 두루미출판사.
“[빅데이터 분석–채식주의] 국내 채식 인구 150만…10년간 10배 증가”, 식품음료신문, 황서영, 20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