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과살림연구소 미담 워크숍 소개④]
기본소득, 새로운 사회안전망?
작성자: 동동이
지난 9월 미담의 워크숍 노동팀의 두 번째 주제, <기본소득>을 소개합니다.
우리에겐 ‘PLAN B’가 없다.
이미 우리가 체감하듯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사회 모습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달라질 변화에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노동’영역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다수는 직장에 종속되어 노동력을 지급하고 월급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임금노동자입니다. 아파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자기 개발을 하고 싶어서 잠시 노동을 쉬어가고 싶어도 우리에겐 PLAN B가 없기 때문에 감히 그럴 수 없습니다. 임금노동 외에는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쉬면 당장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기계화로 인해 이러한 현실을 차치하고서라도 노동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겐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미담 노동팀은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두 번째 노동팀 주제로는 ‘변화하는 노동 시장 구조를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안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제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본소득’을 중점으로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써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충분성을 그 특징으로 합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공유부’를 이야기합니다. 공유부는 말 그대로 ‘사회가 공유한 부’라는 뜻으로, 자연적 공유부(토지·물·석유), 인공적 공유부(빅데이터), 역사적 공유부(지혜·전승된 지식)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재화는 공유부를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재화를 통해 발생하는 이윤에는 사회구성원들의 몫이 있고, 그 몫을 기본소득제도를 통해 재분배해야 된다는 것이 공유부 개념의 핵심입니다.
우리의 몫은 어디로 갔는가
기본소득의 전제가 되는 공유부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다면 대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윤이 다 그 기업만의 몫일까?’ 라는 물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목숨 걸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착취함으로서 이윤을 가져갈 수 있다.’, ‘소셜 미디어 같은 경우는 소비자 한명이 하나의 생산자가 되는 건데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형태를 보면 단순히 이윤이 기술력 측면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70-80년대에 정부의 선택적 투자를 받아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기회를 뺏어 나온 부를 나누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고, 특히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무분별하게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가공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습니다.
재난지원금 어떠셨나요?
완벽히 기본소득 정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 초에 정부와 지자체별로 지급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으로 ‘기본소득’을 간접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재난지원금이 실제로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포럼 참가자들은 대체로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었고 잘 쓰였다는 반응이었지만, 정부에서 실시한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경우는 도입 전 소득별 차등 지급 여부를 두고 혼선이 있었던 점, 개개인에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 세대주 한 명에게만 일괄적으로 지급되어서 아쉬웠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사진 출처: "Handout or No? Swiss Mull $2,500 Monthly Income for All"." 『HAMODIA』 2016. 06. 04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모두가 주5일을 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3일만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도 임금 수준이 아닌, 스스로가 진정 원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조아–
“소득이 보장된다면 공동체 지향적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보니 일 외에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공동체 활동을 하고 마을 자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들을 꿈꾸기 어려운 상황인데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된다면 먹고 사는 큰 고민이 해결되니까 다른 사람들과 뭔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현–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소득이 보장된다고 해서 바뀔까라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대도시, 수도권 중심으로 인프라가 조성 되어 있어서, ‘지역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소득이 보장된다고 다들 돈을 들고 서울에 와서 살려고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학교, 주거, 병원 등 공공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구조적으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마련되고 균형이 갖춰진 다음에야 소득의 보장이 유의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아몬드–
“현실적으로 소득이 보장되는 사회에서는 세금이 엄청 높아질 것 같다. 세금을 내는 것에 대해서 아까운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핀란드에서 외교부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지인이 말하길, 월급 중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 세금으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에 돌아가야 하는 돈이니까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더라. 실제로 핀란드 사회를 들여다보면 대학 학비가 무료고, 직장인들도 8시에 출근을 해서 3시에 퇴근을 하고 그 뒤에 그냥 산책하고 다닌다. 이처럼 소득이 보장된다면 여유로운 삶이 가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세금에 대한 사회적합의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구–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앞으로의 변화될 세상에 대해 얼마나 상상하고 계신가요? 물론 기본소득은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제도라는 한계와 공공서비스 확충이 먼저라는 등의 비판지점이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비하기 위한 방식이 꼭 기본소득이 아닐 수도 있고, 아니어도 됩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아니더라도 우리에게는 임금노동 외에 삶을 지탱할 수 있는 ‘PLAN B’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을 하지 않고도 소득이 보장되는 미래’를 상상해 보는 노력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워크숍이 새로운 사회안전망에 대한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