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당 22주기 기념 생명평화활동가대회
국가주의와 성장주의를 넘어, 자립과 자치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
지난 5월 20일, 무위당 22주기를 기념하여 원주역사박물관에서 생명평화활동가대회가 열렸습니다.
점점 더 파국을 향해가는 근대문명과 전통적 사회운동(근대가치의 실현을 위한 사회운동)의 쇠잔 속에서 새로운 전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시기, 공동체소유를 기초로 한 자립과 근대 국가를 넘어선 공동체적 자치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논의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로, 모심과살림연구소와 무위당사람들에서 함께 준비했습니다.
"국가주의와 성장주의를 넘어, 자립과 자치의 새로운 나라로"라는 주제하에 사전에 공유한 세 분의 발제문과 일곱 분의 토론자, 그리고 함께 참석해주신 분들의 경험과 전망을 두루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공동체적 자치가 이루어지는 지역 간 네트워크를 뜻하는 말로서 '나라'를 생명운동의 용어를 사용하고자 하였으며, 또한 올해 1월의 순천 생명평화희망워크숍과 4월 익산의 생명평화활동가한마당(원불교100주년기념)의 연속선상에서 만남을 이어가고 생명운동의 논의를 확장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발제문 보기] 무위당을 통해 본 새로운 세상 / 김용우 (무위당만인회 정책위원장) 풀뿌리자치 공동체운동과 새로운 세상 / 이호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연구위원) 탈성장 시대, 자립적 삶과 새로운 나라 /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
<1부> 풀뿌리자치 공동체운동과 새로운 나라
1부는 생명평화결사 전진택 대외협력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풀뿌리 자치 공동체운동과 새로운 나라’를 주제로 박수영(원주푸드협동조합 사무국장), 신지예(녹색당 정책위원), 이필구(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기획국장)이 토론자로 자리했습니다.
원주푸드협동조합에서 도시락과 학교 급식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박수영 사무국장은 ‘공부와 지식, 경험이 누구를 위해 복무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협동조합에서도 '우애의 관계'에서 출발해 '공생'과 더 나아가 '공경'이라는 원리를 가져갈 때 다른 형태의 자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부 세계를 바꾸려는 것이 기존의 운동이었다면, 최근에는 나의 세계, 참나라는 것이 공경의 운동에 어떤 도움이 될지 고민하고 있다며, 비슷한 맥락에서 지역체 정당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색당 신지예 정책위원장은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청년이 절반이라는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는" 지금 청년세대의 현실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역에서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데, 재개발 등의 사회 문제는 공동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나라와 공공이 해결할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녹색당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민운동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위당 선생의 ‘열매가 맺힐 때까지 기다려라. 때가 되면 따 먹으라’는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며, 뚝심과 마음으로 그 길을 함께 가는 동료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필구 정책기획국장은 발제문에서 아쉬운 대목으로 ‘새로운 나라, 세상에 대한 비전이 영성으로 몰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적이 불분명한 시대’, 왜 영성과 삶의 변화에 대한 문제를 자치와 연대로 풀기보다 각자도생으로 풀려고 할까, “생명, 평화, 자립, 자치라는 말이 가진 힘이 있는데 생활의 원리로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 협동조합 외의 다른 패턴들을 못 만들어내고 있는 현실에서 경제에 포섭된 생명운동이 아닌 대중적 운동으로 어떻게 확산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경제에 포섭되지 않는 생명운동’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심화된 논의의 필요성과, ‘영성의 중요성’으로 결론지어지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 등이 제기되었습니다.
<2부> 탈성장 시대, 자립과 자치를 통한 새로운 나라
모심과살림연구소 김신양 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2부 순서는 ‘탈성장 시대, 자립적 삶과 새로운 나라’를 주제로 네 분의 토론자가 함께했습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상임연구원은 일상을 지배하는 스마트폰과 배달노동자 문제 등 작지만 중요한 화두로부터 진단과 대안을 이야기했습니다. 기기의 ‘의도적 진부화’ 문제, 배달앱으로부터 파생되는 우리 일상의 식문화와 배달노동 문제 등과 더불어 밀양 송전탑 문제 등 보다 큰 이슈에 대해서도 ‘다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가 있었다면 그 과정과 결과 또한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서울 이문동 청년공동체 ‘도꼬마리’의 박내현 대표는 도시라는 공간적 한계 속에서 자립과 자급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지역의 작은 관계와 시도들이 사회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청년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꿈’을 꿀 수 있는 계기나 접점을 갖지 못했던 지금의 청년들에게 다른 방식의 세상을 꿈꿔보라고 말하는 것이 유효한가 의문이라며, 청년들의 필요를 유심히 살피되 그럼에도 ‘새로운 세상’의 그림을 그리는 데 배제되지 않고 함께했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의 이무열 이사장은 다가오는 국면에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며, 내적 역량과 매력적인 모습으로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들어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고립’에서 오는 불안을 느끼고 있고 그 해답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이해득실이 아니라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관계를 확장해 가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나’의 열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중요함을 덧붙였습니다.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김성훈 부이사장 또한 “충분히 개인이 되는 게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내 생활세계, 내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그 ‘지역’에서 내 삶의 주인이 되어서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항해서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구체적 모습의 하나로 대전 지역 안에서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운동의 전망과 ‘내부 호혜시장’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협동조합과 공동체, 지역을 열쇳말로 하는 새로운 정치(자치)와 경제에 대한 크고 작은 모색이 ‘새로운 나라’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요하게 이야기되었습니다. 그런 한편 특별하지 않은 누구나 존재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 어쩔 수 없이 떠밀린 존재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의 모습까지 함께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전체 토론 내용은 정리되는 대로 공유할 예정입니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