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분석 보고서 『모심의 눈 살림의 길』 13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작성: 박주희 (학교협동조합 지원네트워크 연구원)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각 지자체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
?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작년 초 ‘교육이 협동경제를 만날 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후, 연말에 ‘강원도 학교와 사회적경제 연계 및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을 출범함. 올 1월부터는 학교협동조합 시범사업 운영과 학교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강원 교육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하는 사업을 발굴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음.
?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2013년 학교협동조합 시범사업을 실시하였고, 경기도교육감은 올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혁신교육 프로그램으로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본격 가동하기로 하고 여기에 학교협동조합을 통한 학교매점 운영, 교복·친환경급식 자재 공동구매, 통학버스 운행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함. 이를 위해 마을교육공동체기획단을 설치하고 이 안에 교육공동체지원팀을 통해 학교협동조합 정책을 추진할 계획임.
? 경남 교육청도 15년 2월 10일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과 에너지 절약 교육과 친환경 학교 만들기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학교와 협동조합 연계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함 .
? 서울시는 2013년 12월부터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을 설립했고, 작년 11월에는 시장과 교육감이 ‘글로벌 교육혁신도시’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요사업으로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정책을 내놓음. 올해 중점 추진 사업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을 꼽고 구체적인 방안으로 학교협동조합을 이야기하고 있음.
? 특히 서울시는 자치구별로도 학교협동조합에 대한 연계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 강동구(14.12.9), 양천구(14.12.29), 서대문구(15.2.23) 등에서 학교협동조합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음.
학교협동조합은 학교 내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교육경제공동체로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필요를 해결해가고 있음
? 국제협동조합연맹 협동조합의 정의를 활용하면, “학교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교구성원(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공동체)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음.
? 영국의 경우처럼 학교 자체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만들어지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은 학교 안의 다양한 필요를 협동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소비자협동조합 모델임.
? 학교에는 매점, 식당, 교구재 구매와 같은 ‘상시적인 소비’부터 방과 후 프로그램과 같은 ‘정기적 소비’, 교복, 수학여행과 같은 ‘일회성 소비’까지 다양한 영역이 있음. 따라서 학교구성원의 필요에 부응하는 대안경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학교협동조합의 일차적 배경임.
학교협동조합은 교육적으로도 많은 가치를 가지고 있음
? 최근 들어 학교협동조합은 대안경제 모델을 넘어 교육적으로도 풍부한 가치와 함의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받고 있음.
? 첫째, 학생들에게 생생한 경제교육,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음. 학생들은 협동조합 매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교과서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배워가고 있음. 학교에서 협동경제를 운영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협동의 마음과 자립성을 키우는 경험을 하고 있음.
? 둘째, 좋은 민주주의 훈련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음. 협동조합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1인 1표로 수평적으로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훈련을 함. 운영위원회, 이사회, 총회 등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과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익혀나가고 있음.
? 셋째, 학교라는 플랫폼을 통해 마을주민들이 협력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됨.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진정한 교육을 위해서 마을과 학교의 협업은 필수적임. 가정, 마을, 학교 모두 학생들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그동안은 마을과 학교가 만날 수 있는 구체적인 게기와 방법이 없었음. 그런 점에서 학교협동조합은 마을과 학교가 연계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음.
학교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학교협동조합 모델이 공존하고 있음
? 현재 학교협동조합은 대체로 교육부의 인가를 받는 사회적협동조합 방식으로 설립되고 있으며, 매점이 중심사업이지만 개별 학교가 처한 상황과 구성원의 관심사에 따라 각각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
? 서울 영림중학교의 경우는 기존의 함량미달 식품을 판매하는 매점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 학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친환경 먹거리를 공급하는 학교매점협동조합을 설립한 사례임.
? 반면 성남의 복정고등학교 경우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홍보 및 마케팅, 매점 상품 결정 등 전반적인 운영에 함께 참여하고, 지역 생협 활동가가 상근 매니저로 결합한 모델임. 서울의 독산고, 삼각산고, 경기도의 덕이고, 도예고도 이와 같음.
? 부산 국제고등학교 경우는 학생들이 학교 측에 설립을 제안하고, 자체적으로 하루에 3차례 운영하고 있음. 이곳에서는 일반적인 매점 상품뿐만 아니라 교내 경제경영동아리에서 발명한 아이디어 상품도 판매하고 있음.
? 앞선 사례가 중고등학교 사례라면, 부산의 금성초등학교의 경우 방과후 강사들이 쉽게 오기 힘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 방과후 학교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협동조합 모델을 만들기도 했음.
학교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설립과 운영에 있어 생협의 역할이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음
? 학교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만이 아니라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관심과 협력이 필수적임.
? 특히 현재 학교협동조합 매점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역 생협과의 연계가 반드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음. 일차적으로는 생협 물품을 납품하는 것부터 학생들의 소비수준에 맞는 낱개 소포장 상품 개발 등이 필요함. 또한 식생활 교육, 협동조합 교육 등에 있어 지역사회 생협들이 학교와 연계해서 역할을 할 수 있음.
? 생협 차원에서 학교협동조합은 지역사회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학부모, 교직원들이 생협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큼. 관련해서 학교협동조합 지원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작년 여름 학교협동조합 학생 조합원을 교육을 하면서 지역생협 관계자들을 연계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음.
? 현재 행복중심서울에서는 관악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과 함께 삼성고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있음. 한살림성남용인에서는 성남복정고에 가격과 용량을 낮춘 맞춤형 빵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고, 식생활교육팀이 학생교육에 참여하기도 했음. 아이쿱은 연합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공급 가능한 소규격의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목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음. 성남의 주민생협도 성남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복정고 물품공급 및 교육 지원을 하였음.
? 학교협동조합이 가진 의미와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에서 학교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조합원 교육, 물품 개발 및 공급 측면에서 생협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