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광주의 초창기 역사를 듣고 기록하기 위해
지난 목요일(29일) 한살림광주 설립의 산파 역할을 하신
임승룡 초대 이사장님을 뵈러 전남 곡성에 다녀왔습니다.
곡성군 겸면의 한 산자락에 위치한
임 전 이사장님의 다원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당신과 한살림의 인연으로부터 시작하여
한살림광주 설립 배경과 과정,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한살림의 미래에 대한 당부와 바람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지나간 기억을 더듬으며 여러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 중에 인상적인 대목만 소개해보면,
1인1표에 내재한 다수의 폭력성에 주목해야 한다.
물론 누구나 다수결의 한계를 배워서 알고 있지만
실제 협동조합 운영 현장에서 이를 체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신은 물론 함께 했던 초기 이사들은 북미의 인디언 공동체를 공부하며
그들의 호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음에도
조직 운영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은 표결에 맡겼고
여기서 발생하는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고, 또 떠나갔다.
이후 새로운 이사진이 구성되면서부터는
앞선 이사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원 간의 의견 조율과 협의를 위해 더욱 노력했고,
결정을 위해 손쉽게 표결에 부치는 일은 삼가게 되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완벽할 수 없지만
구성원 간의 소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전통을 계속해서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생산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조합원과 생산자가 자주 만나고 이야기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한살림운동에서 정말 중요하다.
지역의 물품을 취급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이런 관계를 더욱 의미있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물론 중앙 물류시스템이 큰 기반이 되고 도움이 되었지만)
처음 설립 당시부터 당신은 지역의 생산자 발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농사짓는, 남들이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생산자를 찾고자 애를 썼고, 그들과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20여 명의 생산자가 한살림에 결합했고
현재도 일부는 남아서 조합원들에게 맛난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말씀을 들으면서
지나간 경험 속에 묻어나는 중요한 원칙들을 재확인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한살림 정체성의 한 축이 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지난 10여년 사이에도 환경적 조건이 변화하고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면서
소중한 경험이 곧바로 현장에서 활용될 수는 없겠지만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겠지요.
끝으로… 2004년 부터 6년간 한살림을 창립하고 경영을 안정화하기까지
어금니가 무려 네 개나 빠질 정도로 힘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 어려움이 어땠을까 추측해보며
어떤 조직을 설립한다는 것이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님을 느꼈고
또 그 수고하심에 감사한 마음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