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이 만들어가는 지역살림활동

한살림의 지역살림 활동 모습을 색으로 표현하면 ‘무지개 빛깔’ 입니다. 빨-주-노-초-파-남-보, 각각 스스로 자기 빛깔을 또렷이 드러내면서도 서로 한데 어울려 생명을 살리는 ‘햇빛’을 이루듯이, 환경-복지-교육-장터-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내용과 방식들을 통해 결국에는 우리들이 숨쉬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보다 살맛나게 되살려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한 살림의 ‘지역살림’ 활동이니까요.

‘지역살림’ 활동은 곧 ‘생명의 원리에 맞게 지역사회를 재구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한살림 선언에서는 개방과 순환의 원리로 상호작용을 통해 유기적이고 유연한 생명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밝히고, 자주와 자립, 자치를 통해 스스로 조직하고 더불어 진화해 나가는 것이 문명 전환을 위한 살림의 길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자율성에 기반한 자기실현의 길과 이웃과의 협동을 통한 공생의 길은 별개가 아니라 생명살림을 위한 창조적 공동 활동으로서, 선언에서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과 함께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을 강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역살림은 한살림 운동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매력의 결집을 통해 소비자로서 권익을 실현하는 차원을 넘어서 호혜와 협동의 원리로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바로 우리 한살림이 걸어 온 길이자 앞으로 가야할 방향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한살림 운동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생산과 소비, 생활의 현장인 ‘지역’에서 생명운동을 더욱 힘 있게 펼쳐 나가고자 지난 2005년부터 ‘지역살림’을 활동의 주요 과제로 세우게 되었습니다.

‘지역살림’ 활동은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어 한살림이 지향해 온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의 활동을 이웃과 더불어 지역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말합니다. 나아가 ‘지역살림’은 지구적인 생태위기와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찾아가는 길이자, 경쟁과 속도에 지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협동의 원리로 서로를 보살피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역살림은 가정에서의 ‘생활 살림’에서부터 ‘사회 살림’, 나아가 ‘지구 살림’까지 이어서 한살림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나가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한살림은 그동안 각 지역에서 조용하면서도 힘 있게 지역살림을 위한 활동들을 해 왔습니다. 농촌지역에서는 생산자들이 중심이 되어 자원과 에너지가 순환하는 생명살림의 지역농업 체계를 만들어 왔으며, 도시지역에서는 조합원들이 살림의 주체가 되어 지역의 생활공간을 이웃과 더불어 보다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활동들을 펼쳐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어 온 이러한 활동들을 온전히 드러내고 그 의미들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또한 각각의 활동 현장에서 축적해 온 경험과 지혜, 고민과 과제들을 함께 나누면서 한살림이 꿈꾸는 지역살림 활동의 모습들을 구체적으로 다듬어 보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습니다. 그 만큼 각각의 생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지만 소중한 실천 사례들을 모으고 그 속에 담긴 지역살림의 의미들을 되짚어 보면서 지역살림 활동을 한살림 운동으로 힘 있게 펼쳐나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지역살림 활동 실천 사례에 대한 조사와 자료집 발간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되었습니다. 비록 이번 조사의 대상이 수도권 지역으로 한정 되었고, 이마져도 수도권 지역의 활동 사례들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 자료집 발간을 계기로 전국 각 지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되어 온 지역살림 활동 실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 정리되고 함께 나누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해마다 활동의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활동 경험을 나누고 함께 격려하면서 지역살림의 지혜와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