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북콘서트 "전환? 전환!"

"전환? 전환!"

 

지난 4월 30일, 서울 장충동 한살림 교육장에서 "전환? 전환! – 파국의 시대에 전환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북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최근 전환을 키워드로 책을 출간한 김성균(『분명한 전환』 저자, 성결대 겸임교수), 김현우(『정의로운 전환』 저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주요섭(『전환 이야기』 저자, 한살림연수원 사무처장) 세 분을 모시고 저마다 생각하는 전환의 의미와 가능성, 방향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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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분들로 하여금 책 내용 이외에도 보다 깊이 있는 대화를 끌어내고자 1부 순서에서는 세 권의 책에 대해 연구소에서 준비한 리뷰를 먼저 진행했습니다. 각각의 내용을 짧게 요약해 소개합니다. 

 

 『정의로운 전환』 : 21세기 노동해방과 녹색전환을 위한 적록동맹 프로젝트 (김현우, 나름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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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의 시작과 활동, 사례들을 생생하게 보고하는 책. 인물과 활동을 소개하고 자료를 수집, 기록한 르뽀이자 동시에 전환을 동시에 전환을 고민하는 현장 연구자가 쓴 에너지기후정책연구보고서이며 교육자료이기도 하다.

한편 이 책은 녹색과 적색의 씨앗에게 말을 거는 책이다. 노동조합의 사례를 다루지만 노사관계 속에서의 노동자, 고용주와의 관계 속에서의 노동자, 시장에서의 노동자라기보다 시대를 자각하고 자기 삶의 터전을 생각하고 자기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과 지역을 생각하는, 지금은 씨앗으로 있지만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그'에게 말을 거는 책이다. 

근본적인 물음은, '어떻게 만날 것인가'이다. 노동운동, 환경운동하는 주체로서만이 아닌 노동자이면서 생활인으로서 우리가 서로 어떻게 만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와 더불어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물음이기도 하다.

 

『분명한 전환』 : 생태적 재지역화 개념, 이론, 그리고 모색 (김성균, 이담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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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분명해지는 전환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며 그 방법론을 모색한 책. 저자는 도시관리 분야를 공부하며 어떻게 길을 내고 건물을 배치해야 하는가라는 기존 도시 관리의 관점보다 자연과의 교감이나 세상과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땅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보았고, 이는 생태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생태적 재지역화라는 화두로 이어졌다.

분명한 전환을 위한 이론으로서 '생명지역주의', 원칙으로서의 '지역 순환' 등과 함께 토트네스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트랜지션 타운 운동'을 생태적 재지역화의 주요한 전략의 하나로 소개한다. 또한 방법론으로서 정치, 경제, 사회문화, 기술의 측면에서 생태적 재지역화의 기본입장과 지향점을 소개하고 현실을 짚어보며 대안적인 가능성을 모색한다. 

 

구체적으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현과 시민참여, 나눔과 호혜의 순환경제, 마을에서 삶의 관계망 만들기, 지역 수준에 맞는 적정기술, 에너지 자립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계획의 수립 필요성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전환 이야기』 : 열망의 유토피아가 온다 (주요섭, 모시는사람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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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전환'을 화두로 고민하고 써온 글들을 엮은 책. 저자에게 전환은 "폭주하는 설국열차의 바깥을 보는 일"이며, 이는 전혀 새로운 삶과 사회를 향한 '열망'으로부터 비롯한다. 그 열망은 120년 전 동학에 귀의한 민초들에게도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움트고 있다.

저자는 지금의 생명위기를 사회, 생태, 영혼(정신)의 위기로 규정하고, 지금 필요한 전환으로 의식과 생활, 체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이 전환은 곧 삶의 근본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최근의 협도조합 바람과 귀농귀촌, 힐링 신드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심이동으로서의 전환의 과정에서 깨달음과 영성의 사회운동으로의 전환,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 생명운동의 역할을 함께 이야기하며, 궁극적으로는 "내가 바뀌면 우리가 바뀌고 우리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나로부터의 전환을 강조한다.

 

저자 분들과의 대화는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세 분에 따르면 우선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국내에 소개하고자(김현우), 제목 그대로 전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는 취지로(주요섭), 기존의 도시관리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사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자는 관점에서(김성균) 각각 세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저자들과 묻고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사전에 준비한 몇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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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생각하는 전환의 의미는 무엇인가? 

"유해한 작업환경, 환경을 오염시키는 생산물을 만드는 노동과 생산에서, 과정도 안전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정의롭고 결과도 환경과 생명을 함께 살리는 것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인데, 그러다보니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하고, 결국 문명 전환까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현우)

"많은 전환이 있지만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기존에 그러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물음표가 전환의 출발점이고 핵심이다."(주요섭)

"우리가 공간을 바라보는 눈,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개인적으로 지금 시대적 상황에서의 전환은 전부 다 '갈아치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김성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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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이 보는 전환의 '징후' 혹은 '싹수'?

"지금은 자기치유의 시대다. 내가 나를 치유하고 구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 그것을 열망하고 실제로 이루려고 하는 작은 소모임들에서 그런 '싹수'를 본다."(주요섭)

"국내외적으로 지역사회 내에서 성찰적 과정들을 커뮤니티에 뿌리박는 데 대한 고민과 흐름들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본다."(김성균)

"광우병 촛불과 세월호를 경험한 젊은이들. 그런 싹수가 있는 반면 반면 부정적 모습도 분명 있다. 주체에 관해서도,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말걸기'를 시도한 것이다."(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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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에도 "왜 하필 전환?", "전환의 친구" 등에 대해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전환 담론이 지속가능개발이나 사회적경제 영역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환의 친구로 호혜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했을 때 제도와 법 밖에 있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중요하다고 본다."(주요섭)는 의견과, "지속가능개발이나 대안경제 개념, 프로그램과 열심히 만나야 하지만, 그럼에도 한 발짝 더 나간 긴장관계와 문제제기, 점검도 필요하다"(김현우), "지금과 같이 국가와 지역사회 내 견고한 카르텔이 있고 사회적경제, 마을만들기가 구조에 들어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러한 현실의 문제를 생활 정치와 재지역화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김성균)는 답변들이 있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저자들 간에도 질문이 오갔습니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전환이 혹여 자족적인 게토로 머무는 결과를 만들 우려가 있다(김현우)는 의견에 대해 "여전히 근대국가에 대한 비판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은연중에 국가라는 시스템을 기계적 시스템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효모균'이 되고 '행복바이러스'를 만들어 전염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주요섭) 

"천박한 자본주의가 만연하는 시대에 녹적연대가 정말 가능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김성균)에 대해서는 "현실 정치에서 독일 사례를 대표적으로 꼽는데 그럼에도 늘 안정적이었던 것은 아니고 밀고당김이 계속 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 있지만, 고정관념이 아닌 데모하고 싸우고 재지역화하면서 연대하는, 재밌게 놀고 싸우고 실험하자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김현우)라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준비된 질문 이외에도 전환의 내용과 주체, 관점에 있어서 '여성' 혹은 '여성성', '성평등' 가치가 중요한 물음표로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전환은 '선'인가? 무엇을 위한 전환인가. 국가와 시장이 끊임없이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상황 속에서 전환을 어떻게 이끌어내야 하고 그 과정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참석자는 "이번 포럼이 다른 듯하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서 같이 이야기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만남과 관계를 이어가며 외연을 확장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전환은 그 자체로 거시적이고 다양한 차원을 품고 있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거는' 것으로부터 전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포럼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곳곳에서 다양한 '전환' 이야기를 나누고 씨앗이 퍼뜨려지기를, 그래서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전환'을 같이 확인하고 만들어나가기를 바라 봅니다.

 

* 전체 내용을 정리·보완해 올 6월 발간 예정인 <모심과 살림> 5호에 게재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