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시장과 협동조합
글 주요섭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1. 협동조합은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5인 이상만 모이면 만들 수 있단다. 수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이러저러한 정부의 지원도 기대된다.
“새로운 협동조합 시대 활짝 열리다.” 지난 3월 13일 협동조합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언론사에 보낸 보도자료의 제목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100일이 되는 3월 10일까지 전국적으로 총 647건의 신청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약 3,00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한다.
눈에 띄는 협동조합들도 많이 있다. 대리운전협동조합이나 학습지협동조합은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자전거포 주인들이 모여 사업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농·생명융합협동조합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전문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퀵서비스기사, 이주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협동조합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밖에 마을주민들이 중심이 된 공동체문화협동조합 등도 눈에 들어온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협동조합 만들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협동조합 강좌와 학습회를 조직하고, 행정기관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협동조합 지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첫 현장 방문지로 성남에 있는 한살림생활협동조합을 찾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협동조합을 통해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협동조합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많은 사회운동가들의 기대대로 우리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회적 기업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7년 사회적기업법이 시행된 후, 수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사회적 기업가 아카데미를 개최했고, 수많은 예비 사회적 기업이 배출됐으며, 수많은 인력과 재정적 지원을 지원받았다.
그 이전 자활사업도 있었다. IMF 이후 도시지역 빈민운동을 모델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에 자활후견기관이 만들어지고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하는 ‘자활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새로운 복지 모델 및 일자리 모델로써 의미가 적지 않았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경제적 자립은 거의 어려웠다. 크게 보면 또 하나의 국가복지 전달체계에 머물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자활사업체와 사회적 기업의 3년 이내 생존율은 한 자리 수를 넘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어떻게 될까? 낙관만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상당수(어쩌면 대부분)의 협동조합 법인 신청자들이 행정의 직간접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행정의 지원이 시들해지고 경영과 조직운영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사업을 포기하는 협동조합이 속출할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자활사업 및 사회적 기업과 비교해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역사 자체가 그러하다.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인 영국의 로치데일 협동조합 이후 170여년 세계 협동조합운동의 역사, 일제강점기 1920년대에 시작된 농민조합 및 소비조합의 전통, 그리고 1960년대 가톨릭을 배경으로 부활한 신협운동과 원주 및 강원지역의 다양한 협동운동의 내공이 지금 우리 안에 유전자로 각인되어 있다. 또한 한살림생협과 아이쿱생협, 그리고 두레생협과 여성민우회 생협, 또한 고군분투의 길을 걸어온 의료생협과 지역생협들이 걸어온 30여년 역경과 성공의 역사가 그것이다.
분명 협동조합에 뭔가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특별히 비즈니스모델로는 더욱 그러하다. 협동조합은 속된 말로 대박이 날 수 없는 구조다. 혹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조합원 전체가 성과를 나눠야 한다. 주식회사처럼 주식의 상장을 통해서 큰돈을 만질 수도 없다. 또한 지역공동체와의 연대와 사회적 책임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요컨대 협동조합은 대박 나는 벤처기업이 아니다.
다시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무엇으로 삶과 사회를 바꾼단 말인가? 협동조합운동의 역사가 오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