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새로운 삶과 사회를 위한 "노동의 전환", 그 가능성과 방향을 모색하다

지난 3월 19서울 장충동 한살림 교육장에서 새로운 삶과 사회를 여는 노동의 전환”’을 주제로 제22차 모심과살림포럼을 열었습니다생협시민단체 활동가 분들을 포함해 30여 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지난 <모심과 살림> 2호에서 패널(좌담)과 필자로 참여하셨던 한국노동연구원 황덕순 님과 원주 한알마을 김용우 님께서 각각 한국사회 노동의 현실과 대안”, “생명의 시선과 탈근대적 노동을 주제로 발표를 맡아주셨습니다.

    

 

 

황덕순 님은 한국 노동체제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심각한 고용불안과 장시간 노동’, 커다란 임금 격차와 대규모 저임금노동‘ 등을 꼽았고자료로 제시한 OECD 주요 국가들과의 비교 그래프를 통해서도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이러한 노동체제의 개혁을 위한 정책 방향노동시장의 안정성 제고와 노동시장내 격차 축소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산업정책 강화 등을 제시한 데 더해 대안적 노동 패러다임의 모색을 위해서 장시간 노동사회에서 일생활 균형 사회로시장노동 중심에서 시장노동비시장노동 균형으로물질적 성장으로부터 더 좋은 삶을 지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함을 덧붙여 말했습니다.

 

김용우 님은 <모심과 살림> 2호에 실린 글 생명의 시선과 탈근대적 노동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명확하게 보이는 성장의 한계’ 속에서 생명협동운동에서의 노동이 근대문명과 근대산업사회의 노동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기초한 자족의 추구와 이에 기반한 지역공동체적 자립 지향 모델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그 방향으로써 욕망의 노동이 아니라 공동체적 존재로서 자율노동과 공동체 자기고용을 제시하였고이에 근거하여 근대적 노동 개념(labor)의 변화의 모색이 필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패널로 참여한 한살림서울 김재겸 상무이사는 노동의 전환에 있어 협동조합의 역할을 중심으로 토론했습니다. “협동조합적으로 노동 문제를 푼다는 것은 노동을 조직화하는 문제이며소유와 참여(자기결정권)의 문제 역시 중요하게 고민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조합원노동에 대해서도 한살림서울에서 정리한 조합원노동보고서에서 정리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는데우선 생협(한살림)에서의 노동을 활동조합원과 조직활동가조합원노동실무자 (전문)노동으로 구분했으며그럼에도 지역화된 노동이 조직 방식으로 필요하며 그러한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는 데 동의함을 밝혔습니다.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정책국장은 맞돌봄과 맞살림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임금노동자의 보편 모델이 가사와 육아의 책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개인’ 싱글남성이라는 데 대한 문제의식을 밝히고그럼에도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해지기 위해 8시간 정규직 노동을 수행(해야하는 현실 속에서 점차 상품화되어 가는 돌봄 영역을 가족과 마을 단위근거리에서 가능하도록 노동과 사회경제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더불어 일과 활동노동이 위계화되지 않고모두가 평등하게 적게 벌고적게 일하고적게 쓰고행복하게 서로 돌보는 사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유하고 시도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함께 전했습니다.

 

임정희 교수는 노동사회에서 문화사회로의 슬로건으로부터 한국사회에서 노동의 전환이 제기되었다며임노동 중심의 사회로부터 자기를 생산할 수 있고 진화시킬 수 있는 생태적 문화사회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끊임없이 창의와 노동을 통해 변형시키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능력을 노동으로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며노동을 일이거나 놀이이거나 행위일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계급적 관점에서 노동과 자본을 나누거나 기능적으로 분담되는 일이 아니라 사회적 협력’ 같은 새로운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전체 토론 시간에도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두레생협에서는 새롭게 시작하는 돌봄 사업이 지역에서 호혜의 관계망을 구조화시키고 생활을 더욱 더 조직화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과 함께 지역 내에서 조합원 노동을 계속해 만들어내면서 순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대한 고민을 전해 주셨습니다한살림성남용인 우미숙 이사장 역시 지역사회에서 조합원들의 일거리를 만들어주고 그를 통해서 자기 가치를 실현하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데 대한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습니다또한 우리가 노동의 전환을 이야기하고임금 노동과 활동생활과의 균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생활임금 등의 논의가 전제되어야 하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황덕순 님은 우리가 물질적으로 충분한 생산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주15시간 노동을 여전히 꿈꾸기 어려운 현실에 살고 있는 데 대해 경제학자 스키델스키의 말을 빌려 불필요한 소비와 불균등한 배분이라는 간명한 답을 제시하며따라서 물질적 성장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것으로 삶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어떻게 ’ 살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삶과 사회의 전환의 하나로 노동의 전환 이야기를 꺼내놓는 데 의미를 둔 자리였습니다많은 분들의 참여로 풍성한 논의의 장이 되었습니다앞으로 고민을 키워나가고 논의를 확장하는 데 단초 역할을 하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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