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한살림조합원, 동학 관련 단체, 환경 단체, 일반 시민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환의 시대, 동학으로부터 배우는 새로운 삶, 사회, 문명”이라는 주제로 강연과 주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로 모심과살림연구소 박맹수 이사장(원광대 교수)이 “갑오년에 되돌아 본 동학의 꿈”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그는 갑오년 동학 120년을 맞이하여 동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예사롭지 않음을 강조하며 동학에 관한 사회 일반의 오해로부터 이야기를 풀어 갔다.
그에 따르면 "‘동학’의 ‘동’은 ‘서학’에 대립되는 말이 아니다. 동학과 서학은 모두 조선 후기 민중, 지식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널리 수용되는 시대정신"이었다. 그런 점에서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동학은 동에서 태어났고 동에서 도를 받았다." "따라서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의 상황에 충실"하려는, "나의 주체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우리의 주체성 안에는 "죽이기를 싫어하고 살리기를 좋아하는 민족", "'생명, 살림, 빛, 광명’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아꼈던 조상들의 마음이 있"으며, 그것은 ‘서’를 배척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학의 핵심 메시지는 제 나라 제 땅에서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운 선생의 포덕문에 보면 ‘보국안민’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보’자는 국가에 보답하거나 국가를 지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잘못된 국가를 바로잡는다는 의미, 또는 돕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체성이 인정"되고 그들이 바로 나라를 살리려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농민뿐만 아니라 음으로 양으로 "동학의 슬로건에 공감했던 전, 현직 관리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러면 동학에 민중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평등사상'과 '유무상자'다. 양반과 상놈이 맞절을 하고, 서로가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관계, 그것은 "유교적 지배체제에서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생활양식"이었다. 그것이 조선 후기 체제 혼란과 서세동점의 대전환 속에서 민중들이 꿈꾸던 ‘개벽’ 세상이고 새로운 ‘살림’의 길이었다.
기조 강연 이후에는 ‘여성’, ‘깊은 마음’, ‘개벽운동’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한의사이자 여성운동가인 고은광순 빛사람수양회 대표는 “여성의 눈으로 본 동학”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오늘날 형식적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화적인 여성차별과 여성의 도구화는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태아의 성별을 감별할 수 있는 초음파기기의 도입 이후 자연계의 출생성비 균형이 파괴됐음”을 강조하고 1986년부터 2000년까지 약 90만 명의 여아가 감별 후 낙태된 것으로 추정한 분석 자료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반생태적, 반생명적인 사회문화 현상은 결국 가부장적 문화로부터 기인하며, 족보, 종중, 제례, 부가입적, 결혼, 장례 문화 전반이 여성 차별적 문화를 지지하는 현실적 근거”라고 주장했다. 결론에서 그녀는 “부계 중심의 허세적 양반놀이 문화에 따르는 여성의 도구화가 사라져야” 하며, ‘내 제사 거부’와 같은 운동을 통해서 점차 사회의 평등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동학에서 주장하는 사인여천의 자세이며, 여기에는 동학 하는 남성들의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